믿을 건 'K-반도체'..코로나 딛고 영업이익 42% 늘렸다
올해도 메모리 호황 전망..삼성發 '깜짝 M&A' 기대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세계 1~2위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딛고 두자릿수 이상의 실적 개선을 이뤄내며 'K-반도체'의 저력을 보여줬다.
반도체 업계에선 올해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이 호황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인텔로부터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10조원 이상에 인수하면서 국내기업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삼성전자도 M&A 추진을 공식 천명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퀀텀 점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를 마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영업이익 합계는 23조8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34.2% 늘어난 18조8200억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무려 84.3% 증가하며 영업이익 5조원대(5조126억원)로 복귀했다.
지난해 양사의 영업이익을 합친 약 24조원은 글로벌 메모리 초호황기였던 2018년 65조원대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등의 복합적인 대외 악재 속에서도 전년 대비 이익 증가를 이뤄내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출액도 삼성전자가 72조8600억원, SK하이닉스 31조9004억원으로 양사 합계는 약 104조7604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14% 늘어난 수치다.
양사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과 견줘 유사하거나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4331억달러로 전년 대비 5.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메모리 분야는 1194억달러로 전년 대비 12.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 성장률과 견줘 보면 삼성전자(12.2%)는 메모리 업계 평균과 거의 유사하며, SK하이닉스(18.2%)는 6%p(포인트) 이상 웃도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보더라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준수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뛰어난 기술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메모리 시황은 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버 D램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이 거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D램 수요 성장률은 10% 후반에서 20%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로 서버향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1년 반도체 품목별 성장률 기준으로 D램이 18%로 가장 높고 낸드플래시가 17%로 뒤를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D램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SK하이닉스는 올해 선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다.
양사 모두 10나노 4세대(1a) D램 공정도 올해부터 본격 도입할 방침이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6세대 이상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7세대 양산을 통해 새로운 시장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0조원 이상을 투자, 인텔로부터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빠른 양산 전개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 뒤 4~5위권에 그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각오다.
무엇보다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 2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M&A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는 소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지난 28일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히 검토해왔다"면서 조만간 전략적인 빅딜을 실행할 준비가 됐음을 시사했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에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M&A를 거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기준 순현금만 100조원 이상을 보유해 실탄은 탄탄히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스템 반도체나 전장, 가전 등에서 매물 후보를 검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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