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은 왜 안철수를 싫어하나[정치쫌!]

2021. 1.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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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安에 "몸 단 모습 안타까워"
혹평·불신·무시..'10년 악연'에 기인
'野 단일화' 둘러싼 기싸움 현재진행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뚱딴지같은 소리”,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정치상식으로 말도 안 된다”,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 여당 인사에 대한 공격 같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한 말들이다. 급기야 지난 2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또 한 마디가 추가됐다. “서울시장 후보에 집착하는 사람이 몸 달아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제대로 ‘돌려깠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안 대표에 대해 ‘직설적인 표현’을 즐겨 써왔다. 좋게 말해 ‘직설적’이지 대놓고 ‘혹평’이다. 국회 곳곳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하는 이른바 ‘백브리핑’ 때도 안 대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싫어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자연히 너무 감정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기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어쨌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번은 단일화 논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하는 ‘잠재적 파트너’다. 노회한 김 위원장이 ‘정치판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 것이란 걸 고려하면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 PT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10년 악연’에서 원인을 찾는다.

둘은 지난 2011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안 대표가 ‘청춘 콘서트’를 주최하며 김 위원장에 조언을 구하면서다. 당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멘토’ 소리까지 들었다.

훈훈한 시절은 짧았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보다 2012년 총선 출마를 권유했지만, 안 대표가 이를 거절하며 결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분한테 처음에 이런 얘기를 했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안 대표가)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국회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나는)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떴다.”

본격적인 갈등은 이듬해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던 안 대표를 향해 “정치의 ABC도 안 돼 있다”, “성인(聖人)인척 하는데 곧 판명날 것”이라고 직격했다.

2015년 12월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 자신을 찾아온 안 대표에게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라”고 만류했지만, 안 대표는 끝내 탈당을 감행했다. 이후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과 국민의당(현 국민의당의 전신)을 창당한 안 대표는 크고 작은 설전을 주고받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여성단체장 간담회에서 성범죄 없는 서울,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서울을 위한 ‘스마트 안전 도시 서울, 여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완전히 ‘불신’하게 된 것은 2017년 대선 때로 알려져 있다. 안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하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락했다. 이렇게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안 대표가 ‘제가 MB(이명박) 아바타입니까’란 어록을 남기고 패배하면서 휴전은 막을 내렸다.

둘의 반목은 2021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안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외치며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김 위원장은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단일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오는 3월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후에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안 대표가 재차 제안한 ‘각 당 경선과 단일화 실무협상 투트랙’도 들은 척 만 척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김 위원장의) 발언들을 보면 그 생각이 변함없는 것 아니겠나”고 짚었다. 과거 안 대표와 함께 일한 적 있는 인사도 “김 위원장이 과거 안 대표에게 심한 모욕감까지 느꼈었다”며 “(단일화를) 하긴 해야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단일후보를 만드는데 일주일 정도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는 오는 3월4일 가려진다. 양 당의 부인에도 ‘안철수 입당설’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는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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