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올드보이의 귀환, 그런데 그가 '게임 체인저' [TNA]

2021. 1.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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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출신' 팻 겔싱어 신임 CEO, 인텔 출신 기술자들도 속속 복귀
블룸버그 "앤디 그로브 시절 경영 스타일 되살리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지 주목
인텔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 [로이터=연합뉴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중 하나인 인텔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인텔의 새 수장에 오른 팻 겔싱어(Pat Gelsinger·사진)와 관련 흥미로운 최근 행보를 보도했다. 과거 인텔의 영광을 이끌었던 ‘올드 보이’들이 하나둘씩 인텔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현 CEO인 밥 스완을 사실상 경질하고, 인텔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출신인 팻 겔싱어 현 VM웨어 CEO를 수장으로 세웠다.

팻 겔싱어는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1979년 인텔에 입사해 1996년 부사장에 올랐고, 2009년까지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인텔의 이번 결정은 최대 경쟁사인 엔비디아에 지난해 반도체 시가총액 1위 내준 데 따른 경질성 인사로 풀이된다.

팻 겔싱어의 임기는 내달 15일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팻 겔싱어는 공식적인 복귀를 하기 전부터 (인텔 출신)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인텔은 내달 1일부터 자사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의 총괄 부사장으로 수닐 셰노이(Sunil Shenoy)가 부임한다고 밝혔다. 시라큐스대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컴퓨터 및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에서 16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3년 동안 인텔에서 일하다가 2014년 회사를 떠났지만, 이번에 퇴직 당시보다 더 큰 중책을 맡고 돌아오게 됐다.

과거 인텔 핵심 칩의 설계 개발을 이끌었던 전 선임연구원 글렌 힐튼(Glenn Hinton)도 최근 수석 엔지니어 자격으로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인텔에서 30년을 근무한 팻 겔싱어는 인텔 창업자 중 한 명인 앤디 그로브(Andy Grove)로부터 배운 경영 스타일을 되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앤디 그로브는 인텔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진 장본인으로 꼽힌다. 그가 CEO로 재직했던 1980년대와 90년대 당시, 인텔은 어중간한 종합 반도체 회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CPU)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는 임원들에 대한 특권을 없애고 조직 내부에 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직원들을 혹독하게 통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팻 겔싱어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 참석해 “우리의 2023년 제품 대다수가 내부적으로 생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동시에 우리 포트폴리오(제품군) 범위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해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이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의 발언과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여전히 직접 생산이 주를 이루겠지만 외부 파운드리를 이용한 생산도 확대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첨단 칩을 만드는 데 자체 공장에 의존해온 인텔 전통과의 결별”이라며 “사실상 칩 제조 경쟁사들에 뒤처졌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인텔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포기할지 여부는 미국 시장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지난달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인텔의 주식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어치를 확보한 이후 인텔 측에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드포인트의 댄 러브 CEO는 서한에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칩 설계와 제조를 분리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까지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공룡기업 인텔이 제조를 포기하고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공장이 없는) 회사로 전환할 경우 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나 대만 TSMC 입장에서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새 수장이 이끄는 인텔이 앤디 그로브 시절 이룩했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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