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타이머 장착하고 예열하는 '결혼작사 이혼작곡'

이정현 2021. 1.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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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레이저를 쏘거나 멀쩡하던 인물이 급사하는 등 독특하고도 기이한 장면은 임성한 작가의 시그니처로 각인됐다.

6년 만에 TV조선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돌아온 임 작가에게 초반부터 그런 장면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조금 의아했을 수 있다.

그는 "개연성이 없는 상태에서 자극적인 상황만 풀어나가는 게 막장이라고 정의한다면, 임성한 작가의 이번 작품은 결혼생활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막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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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돌아온 임성한 작가, 트렌디한 '막장극'과는 차별화된 전개
결혼작사 이혼작곡 [TV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눈에서 레이저를 쏘거나 멀쩡하던 인물이 급사하는 등 독특하고도 기이한 장면은 임성한 작가의 시그니처로 각인됐다.

6년 만에 TV조선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돌아온 임 작가에게 초반부터 그런 장면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조금 의아했을 수 있다.

임 작가가 자취를 감춘 기간, 임 작가와 나란히 '막장극'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SBS TV '펜트하우스' 등의 강렬한 잔상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초반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전개로 '헉' 소리가 나게 하는 스타일의 최근 막장극 트렌드와 달리 임 작가는 주요 등장인물의 위선과 그에 따른 상대의 복수 명분 등을 차곡차곡 쌓으며 세계관을 다지는 스타일이다.

시니컬하면서도 몰아치는 대사로 숨통을 조이는 힘은 여전한 가운데 특유의 기이한 전개는 도입부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30·40·50대 부부의 위기를 그린 '결혼작사 이혼작곡' 역시 초반부는 남편들의 위선 등 서사를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열심히 살았고, 잘 나가는 것만 같던 아내들의 속사정을 보여주면서 TV조선 주요 타깃인 중장년 여성의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기초 공사 기간인 만큼 불륜을 소재로 하기는 하지만 기대(?)만큼의 막장 전개는 보여주지 않은 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흘러가고 있다.

물론 여성 캐릭터들이 시은(전수경 분)을 보면서 너무 꾸미지 않아 남편 해륜(전노민)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나, 유신(이태곤)이 새어머니인 동미(김보연)와 수상한 관계인 것 같은 모습에서는 불편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직 극 전체의 흐름을 거스르는 수준은 아니다.

남자 캐릭터들의 불륜과 위선은 과장된 막장인 것 같기도, 때로는 현실의 이면인 것 같기도 한 느낌을 주면서 리얼리티와 극성을 함께 가져가고 있다. 세 부부의 얽힌 관계를 풀어내면서 세대별 고민을 들여다보게 하는 기회도 준다.

이 같은 부분으로 보면 '막장 드라마'라기보다는 오히려 전통적인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청률은 시작부터 TV조선 역대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내며 7%대(닐슨코리아)에 진입, 순항을 시작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TV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송가에서는 이르면 4부부터 이야기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30일 "임 작가 작품은 처음부터 달아오르지는 않는다. 아직 젊은 부부들의 연기가 좀 아쉽고 전형적인 장면들이 일부 있는 가운데 임 작가가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신기한 전개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그 과정을 보는 재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임 작가의 작품은 최근 막장극들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개연성이 없는 상태에서 자극적인 상황만 풀어나가는 게 막장이라고 정의한다면, 임성한 작가의 이번 작품은 결혼생활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막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임 작가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해하는 것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봤을 때의 불편함과 같다고 본다. 스토리 구성과 특유의 세상을 비꼬는 대사는 몰입도를 갖췄다"며 "다만 아직 눈에 띄는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 아쉽다"고 짚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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