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대규모 야외 기동 사라진 한미연합훈련

김관용 2021. 1.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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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 "상반기 훈련, 시뮬레이션으로"
에이브럼스, '컴퓨터 훈련' 중심에 우려
기존에는 워게임과 실기동 훈련 병행
이번 훈련도 코로나로 제한적 실시 전망
美 국방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시 가능"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전반기 시행하는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은 실병 기동훈련이 아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최근 신년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이와 관련,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정부 전직 고위 인사와의 회동에서 “야외 기동훈련 없는 컴퓨터 훈련으로는 연합 방위 능력에 차질이 생긴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보통 훈련이라고 하면, 실제 장비가 동원되고 병력이 이동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간 한미연합훈련은 ‘워게임’(War Game) 모델을 통해 각급 제대의 지휘관 및 참모를 훈련하는 지휘소연습(CPX)과 실제 장비와 병력을 동원하는 야외기동훈련(FTX)을 병행해 왔습니다.

상반기에 진행됐던 ‘키리졸브’와 하반기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지휘소연습(CPX) 형태로, 독수리훈련(Foal Eagle)은 실기동훈련(FTX)이었습니다. 독수리훈련 때 미 항모전투단과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동원된 이유입니다. 한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대표적인 실기동 훈련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 3월 경북 포항 인근 해상에서 열린 한미 연합 상륙훈련 ‘쌍룡훈련’에서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본험 리차드함’에서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같은 훈련은 2019년에 모두 폐지됐습니다. 대신 상·하반기에 한 번씩 지휘소연습(CPX)으로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있던 2018년 이후 실제 병력과 장비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연합 기동훈련(FTX)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연대급 이상 실기동 훈련은 한미가 각각 단독으로 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입니다. 대신 대대급의 소규모 부대 위주로 연합 실기동 훈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워게임 모델 연동, 연합 지휘소 연습

연합 지휘소 연습은 한국과 미군의 지상·해상·공중 워게임 모델을 연동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집니다. 사전에 합의한 훈련 시나리오에 따라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입력해 각종 작전을 컴퓨터 상에서 진행합니다.

우리 군의 경우 지상군 기본 모델을 ‘창조21’이라고 부릅니다. 육군 군단 및 사단 지휘관과 참모를 위한 전투 지휘 훈련에 활용됩니다. 중·소대급 등 5만개 단위 부대까지 묘사하면서 군단과 사단 전투를 구현합니다. 이는 연합 훈련시 연·대대급 워게임 모델인 ‘전투21’과 향토사단을 위한 ‘화랑21’, 전투지원모델 등과 함께 지상작전을 묘사합니다.

해군의 경우 ‘청해’, 공군은 ‘창공’, 해병대는 ‘천자봉’이라는 전투 지휘 훈련 모델을 통해 훈련합니다. 해상작전 모델과 상륙작전 모델 역시 각 전투근무지원 모델과 연동되며, 공중작전 모델의 경우 이에 더해 비행기지전투 모델과도 연동됩니다.

워게임 훈련을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만든 합동전쟁수행모의본부(JWSC) (사진=이데일리DB)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에선 이들 모델과 미측의 지상작전모델(CBS), 해상작전모델(RESA), 공중작전모델(AWSIM), 상륙작전모델(MTWS)과 우리 군 연동체계인 JWIS-K를 통해 함께 운용됩니다. 이외에도 대화력전과 합동정보, 전투근무지원, 안정화작전 등의 기능 모델도 더해져 실제 전장에 가까운 연습·훈련 환경을 제공합니다.

코로나19로 또 연합연습 조정 불가피

한미 연합 연습이 아무리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훈련이라고 해도 병력의 이동은 있습니다. 한미 군 지휘부가 경기 성남에 있는 벙커‘ CP탱고’에 집결하고 해외 미군들도 국내로 들어와야 합니다. 우리 군 각 부대에서도 서울 합참과 대전 자운대 등에 파견돼 워게임을 진행합니다.

여러 각지에서 온 많은 인원들이 실내에 모여 연습을 진행하는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있습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이 연합연습 시행 방안에 대해 고심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지난 해 하반기 연합연습의 경우 미국 본토나 일본에서 오는 미군 병력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훈련 참가 인원 중 대전 자운대로 파견을 나간 전방부대 장병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틀 훈련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 인원을 분산하고 야간 훈련을 생략하다 보니 제대로 된 훈련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주도 미래 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로버트 에이브럼스(가운데)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 군 지휘부와 함께 강원도 철원 문해리 사격장에서 한국군 제5포병여단의 실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출처=주한미군페이스북])
美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시 가능”

오는 3월 실시 예정인 한미 연합 연습도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으로 시행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절차도 지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미 행정부의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 조건을 충족했을 때 반환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최근 국내 언론의 관련 서면 질의에 대해 “전작권은 상호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환될 것”이라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 한국이 상호 동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병력과 인력, 그리고 그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밝힌 것입니다.

특히 전작권 전환 시점을 못박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특정한 기간에 대한 약속은 우리의 병력과 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병력과 인력,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히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부를 바꾸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은 어렵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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