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산 시민 한심' 박재호 의원 말의 무게

박채오 기자 2021. 1.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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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산에 계신 분들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보셔서,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

논란이 되자 박 의원은 "이번 선거는 부산을 위한 선거인 만큼 나라 걱정보다 부산 걱정을 더 해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다. 이 과정에서 본심과 다른 잘못된 발언이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오히려 박 의원의 사과가 '나라 걱정'하는 '부산시민'들을 향해 쓴소리를 뱉은 모양새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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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오 기자© 뉴스1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우리 부산에 계신 분들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보셔서,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재호 의원의 발언이다. 논란이 되자 박 의원은 "이번 선거는 부산을 위한 선거인 만큼 나라 걱정보다 부산 걱정을 더 해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다. 이 과정에서 본심과 다른 잘못된 발언이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오히려 박 의원의 사과가 '나라 걱정'하는 '부산시민'들을 향해 쓴소리를 뱉은 모양새가 돼버렸다.

특히 부산시민들이 선출한 부산지역 의원이자, 부산지역 민주당 당원을 대표하는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재호 의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 성향의 지역 민심에 답답함을 느꼈을 수는 있다고 본다. 특히 '보수텃밭'이라고 불리는 부산지역에서 진보 성향 출신 정치인으로서 보수에 대한 견제는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민감한 시기에 박 의원의 발언은 가벼웠다. 정치는 말의 기술이라고 하지 않은가. 정치인의 말은 프레임을 만들고 여론을 형성한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출신 오거돈 전직 시장의 성추행 범죄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여당인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할 경우 당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민주당은 그런 사실 조차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사실 민주당의 '부산 폄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6일 부산을 찾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부산에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데 왜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총선 직전 실시된 '후보자 TV 토론회'까지 이어졌고, 야당 후보들은 "부산시민을 비하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수 없다. 다만 민주당이 압승한 지난 총선에서도 부산에서는 18개 의석 중 3석만을 차지했다.

총선 이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재호 의원은 "우리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3개 지역만 당선됐다. 이는 민주당을 향한 부산시민들의 엄중한 경고다"며 "시민들의 따끔한 충고를 가슴 깊이 새기고, 부산시당 위원장으로서 부산시민들을 다시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 민심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한 박 의원과 '부산 시민이 한심하다'고 한 박 의원, 둘 중 어느 게 진짜인지 묻고 싶다.

che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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