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천천히 내리라 해놓고..급하게 닫혔던 버스문 결국

이은정 입력 2021. 1. 30. 08:00 수정 2021. 1.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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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8시 30분께 경기 파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20대 승객이 버스 뒷바퀴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객의 롱패딩 뒷자락이 뒷문에 걸렸지만 버스 기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출발해 벌어진 참극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유가족이라 밝힌 청원인은 "모두가 롱패딩에 주목하며 롱패딩의 위험성을 이야기했지만, (버스 문에 낀 것은) 옷 소매"라고 주장했습니다.

청원인은 "롱패딩을 입지 않더라도 이런 사고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사건을 수사 중인 파주경찰서는 버스 기사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안전 운전 의무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차량 내부 CCTV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당시 상황과 뒷문에 낀 것이 승객의 팔인지, 옷자락인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사건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버스 문이 급하게 닫혀 피해를 본 경험을 공유하며 불만을 호소했습니다.

버스 회사별로 '차량 정차 후 일어나라', '특히 노약자는 정차 후 천천히 내리라'는 등 각기 안내를 하지만 관련 안전사고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에서 낸 '버스 차내 안전사고 감소방안 연구'(2019)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발생한 버스 교통사고 중 승하차 사고는 8.8%. 차내전도(33.8%) 사고까지 포함한 차내 안전사고 비율은 42.6%에 달합니다.

특히 정류장에선 승객이 승하차할 때 문을 열고 출발하는 개문발차나 문 끼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데요.

지난 2017년 광주 한 시내버스에 오르던 70대 승객이 앞문에 손이 낀 채 20여m를 끌려가다 중상을 입었고, 2015년 서울에서 마을버스를 타려던 중학생이 앞문에 발이 낀 채로 40m를 끌려가다 다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는 경기 화성에서 10대 승객이 뒷문에 옷이 끼어 숨지는 사고도 있었죠.

끼임 사고를 막기 위해 차량 내 계단에 압력을 감지하는 '감지 센서'와 문틈에 사람이나 사물이 끼면 문이 열리는 '압력 센서'를 설치하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이번 사고 차량의 압력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박원일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의) 위아래 끝부분이 아니라 중간에 끼었다면 2.5cm 이상 압력이 가해져야지 문이 열린다"며 "(옷 끼임처럼) 예측하지 못하는 쪽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차량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의 쟁점이 운전자의 안전 의무 위반 여부인 만큼 전문가는 센서 고장 가능성이 운전자의 면피가 될 순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용환 법무법인 고도 대표변호사는 "(옷 등이) 끼었다는 건 운전자가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서 운전해야 할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한 경우로 볼 수 있다"며 "설사 센서가 고장 났다 하더라도 승객이 정확히 내려 끼임이 없는지 보고 출발해야 하는 것이지 기계에서 소리가 안 났다고 출발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버스 기사의 부주의도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20대라고 밝힌 한 청와대 청원인은 급출발, 급정거, 미리 문 닫기 등 운전자의 부주의가 사고를 부른다며 버스 기사의 난폭운전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올렸는데요.

해당 게시글은 29일 기준 1만2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죠.

유가족 청원인도 승하차 시간 확보, 버스 사고 처벌 강화와 함께 버스 기사의 안전 교육,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는데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발표한 '버스 노동자의 근로실태 및 개선방향'(2019)을 살펴보면 차내 안전사고 원인으로 '버스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26.1%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피로에 의한 운전 부주의(18.4%)와 배차시간 부족(15.5%) 등 장시간 운전과 휴게시간 부족 문제도 30% 넘게 집계됐죠.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노선 특성에 맞게 배차 간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교통사고에서 인적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만큼 '운전자의 안전 의식'을 강조했는데요.

이용환 변호사는 "버스나 택시에선 승하차가 빈번하기 때문에 (배차) 시간을 지키다 보면 완전히 내렸는지 제대로 보지 않고 운전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며 "옷이 낄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니 정확히 (승객이) 내렸는지 확인하고 운전해야 할 의무가 운전자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일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운행기록계가 (버스에) 달려 있는데 그걸 분석하는 시스템을 교통안전공단에 제출하면 운전자별 위험 운전 분석 결과가 나온다"며 "다양한 사고 원인을 개선하는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운영돼 운전자들이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성윤지 인턴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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