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바 스탈링, KC '10년의 기다림' 응답할까[슬로우볼]

안형준 2021. 1.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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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이번에는 다를까. 벌써 10년째 이어지는 동행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지난 12월 초 버바 스탈링을 논텐더 방출했다. 그리고 열흘 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시 그를 품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캔자스시티에 지명돼 입단한 스탈링은 이제 입단 10년차가 됐다.

캔자스주 출신의 1992년생 우투우타 외야수 스탈링은 최고의 유망주였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 고졸 신인 신분으로 참가했고 캔자스시티로부터 1라운드 전체 5순위 지명을 받았다. 게릿 콜(PIT), 대니 헐츤(SEA), 트레버 바우어(ARI), 딜런 번디(BAL)에 이어 이름이 불렸다. 앤서니 렌던(6순위, WSH), 프란시스코 린도어(8순위, CLE), 하비에르 바에즈(9순위 CHC), 조지 스프링어(11순위, HOU)보다 앞선 순번이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MLB 파이프라인은 스탈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진정한 5툴 플레이어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스탈링은 '고급 포지션'에서 진정한 임팩트를 보일 수 있다. 그는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를 가진 뛰어난 중견수고 빠른 발과 힘도 가졌다. 참을성도 있고 스윙에 구멍도 적다". 극찬을 받은 그는 드래프트 최상위권에서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 750만 달러는 2019년 바비 위트 주니어(778만7,400 달러) 이전까지 캔자스시티 구단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재능에 대한 높은 평가가 반드시 뛰어난 기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탈링도 그랬다. 전체 5순위라는 지명 순번과 극찬이 무색할만큼 스탈링은 빠르게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스탈링은 프로 입단 첫 시즌 루키리그에서 53경기에 출전해 .285/.371/.485, 10홈런 33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후 그만한 성적을 다시 쓰지 못했다.

싱글A 승격 후 OPS가 7할대로 떨어졌고 더블A부터는 7할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2019년 트리플A에서 .210/.358/.448, 7홈런 38타점 9도루를 기록하기 전까지 더블A-메이저리그의 어떤 레벨에서도 7할 이상의 OPS를 기록하지 못했다. 더블A 통산 OPS는 0.673, 트리플A 통산 OPS는 0.681에 불과했다. 몇 차례 부상도 있었지만 부상보다는 기량의 문제가 더 컸다.

스탈링의 실패는 캔자스시티에도 뼈아팠다.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인 탬파베이는 '암흑기'를 드래프트 1라운더들을 모으며 보냈다. 비록 메이저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대스타가 된 선수는 없었지만 빌리 버틀러(2004), 알렉스 고든(2005), 마이크 무스타커스(2007), 에릭 호스머(2008) 등은 팀을 지탱하는 기둥이 됐고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캔자스시티의 구상대로라면 스탈링도 이들과 함께 섰어야 하는 선수였다.

스탈링 없이 우승한 캔자스시티는 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고 우승 멤버들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선수단이 약해지자 스탈링에게 기회를 줬다. 스탈링은 2019년, 지명 8년만에 빅리그에 데뷔했다. 56경기 .215/.255/.317, 4홈런 12타점 2도루. 마이너리그에서 OPS 6할대를 기록하던 타자가 빅리그에서 OPS 5할대를 기록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스탈링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 진행된 2020시즌에는 35경기 .169/.219/.237, 1홈런 5타점이라는 더욱 처참한 성적을 냈다. 주전급으로 기용되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평균 이하였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기본적인 지표는 물론 삼진율, 볼넷율, 헛스윙율, 타구 속도, 강타 비율, 발사각도, 배럴타구 생산 능력 등 사실상 모든 타격 지표가 메이저리그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캔자스시티는 그와 결별하는 대신 마이너리그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기회는 주어졌지만 쉽지는 않다. 외야가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던 지난 2년과는 다르다. 캔자스시티는 마이클 테일러를 영입해 중견수 자리를 채웠고 에드워드 올리베라스, 프랜치 코데로 등 더 어리고 재능있는 선수들도 있다. 컨텐더 팀이 아니라고 해도 아무나 기용하는 것은 아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스탈링은 어느새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어쩌면 정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좀처럼 가능성을 보이지 못하는 선수가 드래프트 최상위권 지명자라는 이유로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캔자스시티의 인내심도 점점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스탈링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과연 스탈링은 10년을 기다린 캔자스시티의 인내심에 보답할 수 있을까.(자료사진=버바 스탈링)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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