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신뢰' 못받는 공매도, 재개 괜찮나?
전문가 "국내증시 거품 끼어, 공매도 재개해야"
개미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 무한반복 사이클"
정부여당, 개미도 참여 선에서 공매도 재개할듯
미국이나 한국이나 공매도 신뢰 잃은 원인 살펴야
공매도 제도에 대해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쏟아낸 '일침'이다.
지금은 전세계 자동차업체 중 압도적인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혁신성에 비해 부족한 수익성으로 공매도 세력의 1순위 공격대상이었다.
이 때문은 머스크는 공매도 세력을 극도로 혐오한다. 오죽하면 공매도 세력을 조롱하기 위해 한정판 반바지(short, 공매도를 지칭)를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하기까지 했을까.
이런 이유로 머스크는 최근 미국판 동학개미인 '로빈후드'가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탑(GameStop)의 주식을 집중 매수하면서 공매도 세력을 KO패 시킨 사건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게임스탑 사건은 2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월가에서 노동자 계급인 개미가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금융자본가를 상대로 승리한 유례를 찾기 힘든 일대 사건이다.
많은 증권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학자 등이 공매도의 순기능을 얘기한다. 미국 7대 기업이었다가 회계부정 사태로 상장폐지된 엔론 사태 당시 공매도 세력의 활약상은 이럴때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공매도 세력, 그리고 최근에는 사기논란에 휩싸인 니콜라에 대한 공매도 세력의 고발 등 주식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공매도의 순기능이라 말한다.
이 때문에 지난 연말부터 국내 증시가 급등하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지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금지돼 온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29일 코스피 3천선이 무너지며 공매도 없이도 거품(?)은 걷히고 있다)
그러나 개미들의 생각은 다르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공매도 세력의 불법, 혹은 무분별한 공매도로 국내 주식이 지난 10년 넘게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갖혀있었다고 주장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2007년 이후 13년 동안 박스피 장세에서 공매도 세력은 주가가 오를만하면 공매도로 하락시키는 무한 반복 사이클이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 지수가 최저점을 찍은 지난 3월 19일 이후 지수가 2배 이상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공매도가 금지됐기 때문이라는게 개미들의 주장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단순히 이전에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한 공매도 시장을 개인투자자에게도 열어주는 선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이 과연 개미들이 원하는 바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게임스탑 사건처럼 공매도세력이 공공의적이 된 이유는 그들의 이득이 결국 누군가의 손실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부실을 만든 당사자 보다는 힘없는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의 지적처럼 주식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등 순기능이 더 많을 수 있지만 공매도로 인해 내 주식 가치가 떨어지며 피해를 본다면 좋다고 박수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여기다 공매도 세력은 거품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이제 막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기업, 예를들어 테슬라처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수익대비 가치가 높다며 싹을 자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매도 세력들이 정말 거품이 낀 기업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치는지, 아니면 수익을 목적으로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멀쩡한 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아닌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라고 모두가 얘기한다. 특히, 머스크의 말처럼 소유하지도 않고 남의 것을 빌려다 파는,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특혜(?)받은 제도 하에서는 신뢰가 더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시장 참여자의 상당수가 공매도 제도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개미들이 잘 몰라서"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이왕 재개하려면 그들에게 신뢰를 주고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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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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