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폐쇄·가동중단 미리 보고" 靑과 협의 정황..월성원전 공소장 보니
'靑 산업비서관과 협의·BH 기보고 사안' 등 내용 담겨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문건 자료를 삭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이 공개됐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과 함께 월성 1호기 가동중단을 놓고 청와대와 협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30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감사원이 산업부에 원전 관련 자료와 청와대 협의 자료를 요구하자 당시 국장급 공무원이었던 문모씨는 과장급 공무원 정모씨와 담당 직원 김모씨에게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과 관련하여 산업부가 한수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중간보고나 내부 협의 자료는 삭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에 정씨와 김씨는 최근 3년간 내부 보고자료와 청와대 협의 자료 등은 제외하고 최종본 문서 일부만 감사원에 제출했다. 김씨는 이후 주말에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에 출입권한 없이 들어가 한모씨의 업무용 컴퓨터 등에서 파일 530개를 지운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는 일부 문건에 대해 파일명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포렌식에 의해 파일을 복구하더라도 내용을 인식할 수 없도록 'ㄴㅇㄹ'과 같은 임의문자를 기재하고 수정해 저장한 뒤 파일을 삭제했는데, 그중에는 청와대와 협의 과정이 담긴 파일도 있었다.
공소장에 적시된 삭제된 문건 530개 중 청와대 협의 내용 관련 문건에는 '180523_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 및 향후 추진일정(BH송부).BAK' 문건과 '180610_대통령 에너지전환(원전) 보고_원전국_v(BH 수정요청 반영 재제출).BAK' 문건, '180611_산업비서관 요청사항.BAK' 문건이 포함됐다.
검찰은 해당 문건과 관련해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른 후속조치로 2018년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할 예정 등을 청와대에 미리 보고한 문건"이라며 "또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의결 관련 보도자료에 월성1호기 근로자 고용보장 사항을 포함하는 계획 등을 청와대 산업비서관과 협의하는 내용"이라고 적시했다.
앞서 감사원은 2018년 4월 당시 백운규 산업부장관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이 이런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고,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 공소장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가 삭제한 문건에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해 청와대와 산업부가 미리 협의한 정황이 담긴 셈이다.
또 김씨가 삭제한 문건 중에는 한수원 사장에게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필요가 있고, BH 기보고 사항이므로 조기폐쇄 결정 이후 즉시가동중단 필요하며, 6·13 지방선거 직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요청 사항을 정리한 문건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에 이미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보고됐기 때문에 즉시 가동중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수원 사장에게 요청하려 한 정황도 드러난 셈이다.
검찰 측은 "김씨가 삭제한 자료들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과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료들이거나 BH 협의 및 보고자료, 한수원과 협의자료 일체에 해당하는 자료들이었다"며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고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지난 25일 백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백 전 장관이 원전 조기폐쇄 경제성 평가를 담당한 한국수력원자력의 결정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중점 추궁했으나, 백 전 장관은 “가동중단을 추진한 것은 맞으나,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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