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줄었다는데 왜 나만 못 느끼지?..5G·할부·결합상품에 숨은 비밀
가구당 통신비 1만1000원 줄었지만
통계 착시, 체감 통신비 오히려 증가
통신비 산출에 5G 요금제 포함 안 돼
단말기 가격 일부 모델 200만원 넘겨
최근 몇 년간 통계상 ‘통신비 물가지수’가 매년 줄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용자는 매월 통신사로부터 고지서를 받아들고 "통신비가 왜 이리 비싸냐"며 저렴한 통신비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는 크게 ‘5G 요금제’, ‘스마트폰 할부금’, ‘결합상품’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통신비 CPI는 95.22로 전년 대비 2.08%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기준점으로부터 가격이 상승, 100 이하면 하락했다는 의미다. 통신비 물가는 3년 연속 기준선인 100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2017년부터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통신 3사의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되고, 취약계층 요금 감면 정책의 지속적인 효과 때문이란 게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함께 알뜰폰 요금제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는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체감 통신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5G 요금제가 CPI 통계에 들어가지 않았다. 통계청은 통계에서 5G 통신 요금제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 2G·3G·LTE 요금제로만 산출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5G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1명이 5G 요금제를 가입한 셈이다. 5G 상용화 전에는 월 3만∼4만원 수준의 LTE 요금제를 썼는데, 5G 단말기로 바꾼 뒤 요금제가 월 8만∼9만원으로 올랐다고 토로하는 이용자도 많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올해 초 통신사 5G 중저가 요금제가 출시되고 있지만 대다수 고객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한 상황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높은 공시지원금 혜택을 받기 위해 5G 고객 70% 이상이 고가 요금제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CPI는 동일한 품질하에서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때문에 LTE 요금제에서 5G 요금제로의 가가격 변동은 품질 상승에 의한 것으로 가격 상승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5G도 2020년 기준 물가지수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계속 치솟는 단말기 가격이다. 통신 CPI에는 휴대전화료, 휴대전화기, 휴대전화기 수리비, 우편료, 유선전화료, 인터넷이용료 등 총 6개 항목이 있는데 이 중 휴대전화료를 제외한 모든 항목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년(2016~2020년)간 고사양 스마트폰 가격이 높게는 60만원까지 오르고, 최신형 단말기 가격은 평균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최근 일부 고사양 스마트폰 모델은 200만원을 넘어섰다.
2018년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80만원 이하로 출시된 고사양 스마트폰 모델은 단 한 개도 없다. 5G폰에 들어가는 부품과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 개발 비용 등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지난 29일 출시한 5G폰 갤럭시S21이 99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고지서에 단말기 할부금까지 같이 합쳐지기 때문에 많은 고객이 체감적으로 통신비가 계속 오른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 요인은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이다. 결합상품이란 휴대폰, 인터넷, 인터넷전화, 인터넷TV(IPTV) 등을 묶어 판매하는 상품으로,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된다. 전체적으로 계산해보면 저렴하더라도 고지서를 받아드는 입장에서 결합상품에 가입하기 전보다 통신비가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은 꾸준히 성장해 현재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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