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원전파일 폴더명 왜 '뽀요이스'였을까..핀란드, 남북미 '중재자' 역할
4·27 남북정상회담 한 달 전, 헬싱키에서 만난 남·북·미
이듬해 文대통령 "핀란드가 남북미 이해 깊어지게 도움"
니니스퇴 대통령 "핀란드, 언제나 외교적 지원할 준비"
'pohjois(뽀요이스)'.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낯선 단어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직전 삭제했다가 복구된 파일 목록에서 '폴더명'으로 등장했다. 폴더 안에는 2018년 5월 14일에 작성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라는 이름의 파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로 추진하려 보안에 신경을 써 핀란드어를 사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이적행위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 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깊숙이 관여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라며 "폴더명은 쓰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보안과는 전혀 상관 없다"고 맞섰다.
◇"헬싱키 프로세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깊은 영감"
이런 가운데 산업부에서 폴더명으로 핀란드어를 쓴 배경으로, 그동안 핀란드가 맡았던 미국과 북한 사이 '중재자' 역할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첫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그로부터 한달 전인 2018년 3월, 핀란드 헬싱키에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도착했다. 3월 19일부터 21일까지 헬싱키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의 전·현직 관료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반관반민(1.5트랙) 회의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고, 핀란드 정부와 유엔 관계자도 옵서버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이 회의에 미국 측에서는 캐서린 스티븐슨 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측에서는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 한국대사, 백종천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핀란드 측은 회의 종료 후 공식 발표문에서 "이 회의는 한반도 상황이 최근 양호하게 발전되기 전에 계획된 것"이라면서 "참석자들은 긍정적인 분위기 하에서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 9일부터 16일까지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을 국빈 방문했다.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3개월여 뒤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핀란드가 주도한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 종식과 동서진영 간 화합을 끌어낸 성과물"이라며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동맹 35개 회원국이 유럽의 안보협력을 위해 1975년에 체결한 '헬싱키 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과 니니스퇴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3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는 작년에 두 차례 남북미 간 대화 기회를 마련해서 이해가 깊어지도록 도움을 준 바가 있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에) 혹시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핀란드에 도움을 청하겠다"고 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핀란드는 언제나 외교적인 지원을 할 준비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뽀요이스' 폴더 안 파일 "아이디어 차원" 해명
외교부는 핀란드와 한국의 외교 관계에 대해 "핀란드는 과거 중립외교 정책을 표방하고,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도 엄정한 중립을 지켜왔다"면서 "냉전 종결 이후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핀란드는 과거 분단국가와 수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다가 1973년 4월 남북한을 동시 승인했다. 주핀란드 북한 대사관은 1999년 폐쇄되고 현재 주스웨덴 북한대사관이 겸임하고 있다. 주한 핀란드 대사는 2006년부터 주북한 대사관 업무를 같이 한다.
산업부는 이날 북한 지역 원전 건설과 관련한 파일과 관련해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 단순하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라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2018년 이후 남북 협력사업으로 북한 지역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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