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분류작업' 극적타결 ..택배 과로사, 이제는 줄어들까
보완 합의안 통해 모호했던 택배사 책임 명확화
"과로사 완전 해결 아냐..택배사 합의이행 중요"
택배사-대리점 비용갈등 우려..택배비↑ 진통도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돼온 '분류작업' 책임을 택배사로 명시한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계속되는 이견에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택배 노사가 막판 극적 타결을 이뤘다.
해석에 차이가 있었던 분류인력 투입 시기와 방식을 보다 명확히 하면서 공은 다시 사측의 조속한 이행 여부로 넘어간 모습이다. 지난해 16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은 과로사 문제가 올해는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1일 우여곡절 끝에 노사와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분류작업 업무의 택배사 책임 등을 담은 1차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가 합의 6일 만에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사측의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지난해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고로 잇따라 사망하자 노조는 28년간 지속된 '장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업무를 그 원인으로 꼽으며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등 택배사 책임을 요구했다.
이에 택배사들은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분류작업 인력투입 계획을 밝혔지만, 택배 노동자의 업무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배송업무에 분류작업이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택배 과로사 대책 마련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수차례 협의를 거쳐 지난 21일 극적으로 1차 합의안을 마련했는데, 분류작업 문제를 놓고 노사의 이견이 또다시 분출된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분류인력 투입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추가 인력 투입 없이 기존 계획 인력만 투입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합의 파기라고 주장했다.
당시 CJ대한통운은 4000명, 롯데와 한진택배는 각각 1000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올해 3월까지 순차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투입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사측이 추가 투입에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총 6000명 중 약 90%의 투입은 완료됐으며, 추가 인력의 경우 합의안에 따라 택배 거래구조 개선이 완료되는 6월 이후 연구용역 등을 거쳐 검토할 계획이라고 사측은 강조했다.
결국 분류작업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노사의 합의는 무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정부여당의 물밑 설득과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한 마라톤 논의 끝에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극적으로 보완 성격의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합의안은 무엇보다 1차 합의안에서 모호했던 분류작업 업무의 택배사 책임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선 당초 3월까지 완료하기로 했던 6000명의 분류인력 투입을 설 연휴 전인 다음달 4일까지로 앞당기기로 했는데, 노조는 조속한 인력 투입 외에도 사측의 책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민욱 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택배사들이 자신들의 책임으로서 분류인력 투입을 정확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1차 합의안에 담기긴 했지만 시기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던 '택배 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할 경우 수수료'에 대해서는 다음달 4일 이후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택배사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특히 사회적 합의 기구의 성격상 강제성이 없어 한계로 지적된 부분도 다소 해결된 것으로 노조는 평가했다. 지난 21일 합의 당시에는 통합물류협회가 택배사들을 대표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택배사들이 직접 참여하면서다.
강 국장은 "택배사들이 직접 서명을 했기 때문에 더 강제성이 있고 이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체계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일단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원인으로 꼽혀온 분류작업 문제가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면서 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이들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강 국장은 "물론 과로사 문제가 이것으로 다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도 과로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게 하고,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전히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둘러싼 쟁점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분류작업 문제의 경우 노사 간 쟁점은 다소 해소된 상태지만, 분류인력 비용분담 문제를 놓고 택배사와 대리점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은 이 문제와 관련해 다음달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노사의 이견이 가장 컸던 분류작업 인력 추가 투입과 관련해서는 올해 상반기로 합의했던 택배비와 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을 가능한 5월말까지 앞당기기로 했지만, 택배비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 등 진통도 예상된다.
사회적 합의 기구는 다음달 17일 국회에서 회의를 갖고 그간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주5일제 등 택배기사 근로여건, 택배비 등 나머지 의제에 대한 2차 합의안 도출 시도 등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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