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부동산처럼" 고액 자산가, 우량주로 장기투자

김민기 2021. 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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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 개인사업자 A씨는 지난해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했던 여유 자금 15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규제로 부동산 매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1%도 안 되는 은행예금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A씨는 해외상장 ETF가 더 적합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고 판단해 글로벌 친환경, 글로벌전기차, 글로벌 클라우드 ETF에 투자해 20~40%씩 수익을 냈다.

#2. 60대 자영업자 B씨는 지난해 새로운 임대용 꼬마빌딩 매입을 검토하다가 수익률 하락에 포기하고 금융자산 투자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4월부터 삼성전자, LG화학, 셀트리온 등 우량주 중심으로 13억원을 분할 매수했다.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코덱스 KOSPI200을 5억원 가량 추가 매수하고 해외주식투자로 아마존닷컴 및 애플에 5억원을 매수했다. 국내 주식 70%, 해외주식 55%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만 투자하던 고액 자산가들이 주식 시장에 대거 이동하면서 주식 투자도 부동산처럼 우량주 위주로 장기간 투자하는 행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테마주나 바이오주 등 단기간의 고수익을 노리는 종목 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고 장기간 투자가 가능한 우량주 위주로 4~5년을 바라보며 투자금을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으로 수익을 거둔 고액 자산가들이 대형주나 우량주 위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강원도에 보유한 땅과 건물을 매각해 약 35억의 현금을 마련한 70대 C씨는 지난해 상반기 주식시장 상승세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국내 주식을 매수했다.

과거 차·화·정 강세장을 경험한 C씨는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언택트 관련주) 테마에 집중하는 대장주에 10억을 투자하고 LG화학, 카카오, 셀트리온을 분할 매수했다. 미국시장과 중국시장 경기 활성화에도 관심을 보이며 추가로 해외주식 대장주(애플, MS 등)을 5억 매입해 국내주식으로 84%, 해외주식으로 38% 수익률을 거뒀다.

기존 주식 투자자들이 바이오주나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 등 급등락이 심한 종목 위주로 투자를 했다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넘어온 신규 유입 자금의 경우는 안전한 우량주로 쏠리는 중이다.

그동안 부동산 자산가들은 반포, 서초, 개포 등 강남의 대장주에 투자를 하고 한번 투자를 하면 장기간 매물을 보유하면서 수익을 거뒀다. 이들은 주식 역시 1~2년 간의 수익률을 보면서 투자하기보다는 최소 3~4년 이상 들고 있을 종목 위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처럼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상황이 되면 기존에 주식을 많이 하던 투자자들은 조정이 올 것이라는 판단에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를 많이 샀다”면서 “하지만 최근 신규로 들어오는 자산가들은 급등락에 크게 영향이 없고 장기 투자가 가능한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국내 대형 우량주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홍콩, 일본 등 해외 시장도 ETF 등을 통해 자산을 배분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성장 초기에 놓인 산업이 많고 성장 규모도 큰 만큼 자산가들의 관심도 많이 받고 있다. 실제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한 이들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한 비중은 21% 수준이다. 2019년(13%) 대비 8%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강남에 위치한 한 증권사의 PB는 “자산가들이 중국시장의 성장산업에 투자를 늘리면서 중국전기차, 중국친환경, 중국바이오 산업 ETF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원격의료, 게임산업, 핀테크 ETF들도 꾸준히 관찰하며 추가 편입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한국 증시가 올해 들어 코스피 대형주가 주도하면서 큰 손들의 투자 DNA와 궁합이 잘 맞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추가 자금이 더 들어오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예탁금도 70조원에 달해 이와 같은 개인이 주도하는 상승장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센터장은 "정부 규제로 부동산 자금이 갈 데가 없어 주식으로 몰리고, 예금도 저금리로 인해 주식 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부동산으로 수익을 경험한 신규 투자자들이 주식도 부동산처럼 장기로 보고 투자하는 모양새라 당분간 자금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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