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판사는 왜 '탄핵 시범케이스' 선정됐나
여당 대표가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법조 역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임기 종료로 퇴직이 예정된 임 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은 실효성은 전혀없는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도 이이지고 있다.
임 판사가 여당의 '법관 탄핵 시범 케이스'로 선정된 이유는 퇴직이 임박해 있단 점과 '세월호 참사'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단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 과정에서 임 판사는 담당 재판장에게 '법정서 대통령 행적 관련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입증되도록 하라', '외교부가 선처를 탄원한다는 내용을 공개하라'는 등 구체적으로 재판진행을 지시하고 판결문을 미리 받아 직접 수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외에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과 프로야구선수 도박사건 재판에도 개입한 혐의도 있지만, '세월호 7시간'사건에 비해선 부수적인 것들로 평가되고 있다.
애초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107명이 법관탄핵을 재차 추진하면서 우선적으로 탄핵해야 한다고 꼽은 2명은 임 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판사였다. 그런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임 판사만 탄핵하는 것으로 정리한 것도 '세월호 7시간' 관련 사건에 개입한 임 판사를 탄핵할 경우엔 여당 지지층의 '응원'을 받을 수 있고, 반대 세력의 '비판'을 억누를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고 보고 그걸 기반으로 임 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임 판사는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재판개입은 인정됐지만 형사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봤다. 사법농단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판사들 대부분에게 '무죄'가 선고 되고 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시해 법관 탄핵의 '명분'은 남겼다고 평가된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법관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로 돼 있다. 여당은 임 판사의 재판개입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임 판사는 사법연수원 17기로 올해 법원 재직 30년째다. 10년마다 법관은 재임용 심사를 받지만 임 판사는 지난해 심사를 포기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에서 열리고 있는 항소심에서 임 판사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피고인이 법관들의 재판업무를 지휘하거나 감독할 업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업무가 없다는 것이다. 임 판사에게 유죄가 인정되면 재판의 독립성을 법원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라고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임 판사가 법원행정처라는 조직을 통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며 법관들의 독립된 판결이 방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한 의석이 모자랐다. 하지만 21대는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충분히 탄핵 의결을 할 수 있다. 임 판사의 퇴직이 임박해 국회 의결 절차도 급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헌법재판소가 이후 절차로 심리에 들어간다.
헌재는 임 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정당한 업무범위에 속하는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절차적으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2월말로 퇴직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한 달만에 국회 소추의결과 헌재 심판까지 종결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법 제130조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후엔 첫 본회의에 즉시 보고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 법사위 회부를 하지 않는 경우엔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면 된다.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은 탄핵소추안은 폐기된다. 여당이 국회 절차를 서두른다면 법사위 조사는 건너 뛸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에는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고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임 판사의 경우엔 재심사를 포기하면서 자동 퇴임하는 것이므로 의원면직이나 해임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징계나 파면을 피하려고 공무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완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탄핵절차를 이유로 임 판사의 퇴임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법관탄핵 절차 중 법관신분을 상실하면 절차가 자동으로 중지된다고 본다. 아직 법관탄핵 경험이 없는 우리 나라에선 절차에 대해선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임 판사 퇴임 후에야 탄핵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어 헌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소추로 보거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법관 행위의 위헌성 판단에 대해서 이번에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법관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는 자체에 의미를 둘 수도 있고 관련된 법리적 문제도 짚어볼 순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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