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친고죄니까"vs"피해자 무시"..제3자 '김종철 고발' 괜찮을까

김지영 기자 2021. 1. 30.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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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진=뉴스1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형사 고발하지 않기로 한 뒤 '비친고죄' 및 '2차 가해' 논쟁에 맞닥뜨렸다. 정의당은 "피해자 의사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 일각에선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비친고죄' 취지와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김종철 '고발'로 불붙은 '친고죄' 논란
기존의 성폭력 친고죄 조항은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피해 당사자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하도록 한 것이지만, 과거에는 이를 악용해 가해자가 강압으로 피해자의 고소를 저지하거나 때로는 고소 후에도 취하를 협박해 범죄의 처벌로부터 빠져나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 6월 에 따라 성인에 대한 강제추행죄의 친고죄 규정이 폐지됐고, 제3자 고발에 의한 수사가 가능해졌다. 시민단체 활빈단이 지난 26일 김 전 대표를 서울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단체는 "사퇴와 직위해제로 끝날 일이 아닌 만큼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과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경솔한 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장 의원은 "제 의사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가해자에 대한 형사 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선 '성폭력 친고제 폐지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냐'며 논쟁의 불을 댕겼다.
"친고죄 부활하자고?" vs "자기결정권 침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비판 목소리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28일 "(성폭력은)비친고죄인데 수사하지 말라는 건 뜨거운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는 것과 똑같다"며 "정의당이 집단적으로 법 왜곡을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피해자인 장 의원의 선택을 우선 고려했다는 정의당 입장에도 하 의원은 "정의당이 성범죄를 당사자 간의 사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보편타당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의원과 정의당이 성폭력 친고죄 폐지의 이유와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을 펼 것이라면, 성폭력 친고죄 부활 법안부터 발의하는 것이 입법기관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성폭력 범죄 비친고죄의 입법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피해자가 고소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자신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만큼, 피해자의 명확하고 분명한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성평등 조직문화개선대책 TF 1차 대책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해자 멱살 잡고 경찰서로"…"정치인이 가해자, 처벌은 공익"
전문가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우선 당초 친고죄 폐지 취지가 가해자의 강압에 따른 피해자의 침묵 등으로 범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행태를 개선하는 것이었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해결 방법을 선택했는데 그 의사를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은 26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시민단체의 고발에 대해 "이건 친고죄 폐지 여부와 아무 관계가 없다. 사법 절차가 아닌 공적 기구를 통해 해결하려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경찰서로 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피해자가 사법 절차보다 조직, 기관, 단체 내 해결을 더 신뢰하거나 바란다면 이런 해결을 시도하고, 가능하지 않으면 사법 절차로 가면 된다"며 "구제절차를 다변화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가는 게 낫다. 그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계진 엘리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과거 친고죄가 유지됐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정의당이 주장하는)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이었다"며 "고소를 안 할 경우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와 악용의 폐해가 더 크다 보고 비친고죄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고 해도 시민단체의 고발 자체를 두고 자기결정권 침해나 2차 가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처벌과정이 정확히 밝혀지는 것은 사회적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개인 사건보다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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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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