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공인중개사 진짜 딸 수 있을까? 10일 만에 딴 사람에게 물었다

김연주 2021. 1.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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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서 성호건 30대 공인중개사 2人 인터뷰/꽃직업 꿀직업 공인중개사 (下)
유튜브에서 '10일 만에 공인중개사 합격' 화제
임현서 "결코 만만한 시험 아니야..과목 어려워"
객관식 절대평가 맞춤형 효율적 전략 필요
[꽃직업 꿀직업] 10일 만에 공인중개사 합격.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알려진 바로는 '최단기' 합격이다. 그 기록의 주인공은 바로 임현서 탱커 펀드 대표다. 공부 과정과 합격 후기 등을 유튜브에 공개해 이미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그런 임현서 대표조차 공인중개사 시험이 "절대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공법 등 과목이 결코 공부하기 쉽지 않다"며 "다만 60점을 넘으면 되는 객관식 절대평가 시험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0개월 만에 동차 합격'과 같은 홍보문구가 넘쳐난다. 코로나19로 공인중개사 응시자가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말 가능할까? 매일경제가 10일 만에 합격한 임현서 대표를 만나 실제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러본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물론 '정말 10일만 공부했느냐' '조작 아니냐'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임 대표를 24시간 CCTV로 감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방법은 사실 없다. 게다가 임 대표의 경험을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공부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단시간 합격만을 위한 효율적인 공부 전략을 세웠고, 성공했다. 그의 공부전략은 공인중개사를 준비하고 있는 2030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다. 또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위해 임현서 대표 외에도 한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1년 뒤 동차합격한 성호건 대표의 경험담을 함께 담았다.


공인중개사 시험 정말 쉽나?

Asian young university students studying together sitting at desk in library.
공인중개사는 1차와 2차로 나뉘어 있다. 같은 날 시험을 치르되 1차는 오전에 치고, 2차는 오후에 친다. 하루에 1·2차 모두 응시할 수도 있고, 올해는 1차를 치고 합격하면 그다음 해 2차를 쳐도 된다. 1차 과목은 '민법 및 민사특별법'과 '부동산학개론' 두 과목이다. 2차 과목은 '공인중개사법' '부동산공법' '공시법+세법'이다. 전 과목 모두 객관식이다. 평균 60점을 넘으면 합격이다. 다만 과목 중 하나라도 40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하게 된다.

-공인중개사 수험 기간에 대해 말이 많다. 몇 개월 만에 딸 수 있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실제 그럴까?

▷성호건 대표=솔직히 저는 한 번 떨어졌다. 군 복무를 하면서 준비했는데 학원은 못 가고 인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두 번째 봤을 때는 대학생 때였는데 사실 그때도 너무 힘들었다. 공인중개사는 따고 나면 "아 쉽구나"라는 말이 나오는 시험이다. 하지만 공부 과정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공부량도 과목의 난도도 높다. 요약하자면 공인중개사는 공부하기는 어렵고, 다만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합격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쉬운 시험이다.

▷임현서 대표=공인중개사 열흘 벼락치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 많은 중개사 분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점을 넘으면 되는 객관식 절대평가 시험이기 때문에 다른 전문자격증보다는 쉬운 건 맞는다. 하지만 정말 암기할 게 산더미다. 다만 좀 덜 외우더라도 커트라인을 넘으면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공인중개사시험이 다들 '쉽다'고 했는데 정작 따신 두 분은 '만만치 않다'고 하셨다.

▷임=공법 등은 체계적으로 법률 교육을 받은 저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경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자격증 등 시험을 치르기 위한 공부는 전혀 다른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똑같이 공부를 하더라도 짧게 준비해서 턱걸이로 넘을 수 있도록 공부전략을 짰다.

▷성=한 번 떨어지고 두 번째 공부할 때 주변 사람들의 '쉽다'는 소리가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막상 공부해보니 과목이 너무 어려워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나는 부동산에 대해 얼마나 아나? 자가진단 중요

Isometric real estate agent with house model and keys. Buying, selling or renting real estate.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건?

▷임=자가진단이다. 남들이 뭐를 한 달 만에, 두 달 만에 땄다며 영상을 올리고 자랑한다고 해서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가 짧은 시간 안에 딸 수 있었던 이유는 로스쿨을 다녔기 때문에 민법은 공부를 안 해도 됐고, 부동산학개론은 경영학과에서 경제 공부를 했으니 용어 등이 익숙했다. 그래서 요약집만으로 공부하고 합격했다. 개인의 경험도 시험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재개발, 재건축 딱지 하나라도 사려 했던 사람이랑 난생처음 부동산 관련 용어를 보는 사람 사이에는 암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차이가 난다.

▷성=임 대표님 말씀대로 저 같은 경우 시험을 준비할 때 법이라는 걸 아예 처음 봤다. 경영학과를 나와서 부동산학개론은 비교적 쉽게 느껴졌음에도 민법, 공법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특히 부동산 거래를 해본 50대와 달리 그런 경험이 없는 2030의 경우 과목의 체감 난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수험 공부 기간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임=자가진단이다. 한 번 떨어지면 1년 기다려야 하니 그 시간이 더 낭비다. 가장 중요한 건 공부 시간을 줄이겠다는 접근이 아니라, 한 번에 붙는 거다. 내가 얼마나 부동산에 대해 알고 있고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과 친숙한지 자가진단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또 공부하는 시간 외에도 미리 평소에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놓는 게 중요하다. 시험 전에도 부동산 기사를 미리 읽어둔다거나 하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무턱대고 '내 친구는 3개월 만에 붙었으니 나도 3개월 만에 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 친구가 나보다 잘난 사람이어서 빨리 붙은 게 아니다. 삶의 경험이나 과목에 대한 친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합격 전략의 핵심을 소개해주자면.

▷임=과목 간 전략이 다르다.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분들이 공법이 어렵다고 느낄 거다. 실제 공법을 잘하려면 행정법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체계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없지 않나. 반면 중개사법은 양이 더 적다. 중개사법에서 점수를 따고 공법은 과락을 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공법은 55점 정도를 맞았다. 반면 중개사법은 공부하면 90점도 넘을 수 있다. 2차 공시법 중 지적법도 전략적으로 가져갈 만한 과목이다. 즉, 공법에 시간을 덜 쓰고 중개사법에 더 쓰는 게 합격에 유리하다는 게 제 생각이다.

▷성=철저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을 전략적으로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수험생이 반드시 주의할 만한 게 있을까?

▷임=공인중개사 준비하실 분들은 저처럼 이상한 실수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 저는 31회 공인중개사 시험을 강원도 춘천에서 봤다. 시험장 선택이 선착순이다. 접수를 빨리 해야만 자기가 원하는 시험장에서 볼 수 있다. 응시자가 많다 보니 수도권 중심으로 빨리 차더라. 뒤늦게 시험 접수를 하다 보니 당시 비어 있던 곳이 제주도와 춘천 정도였다.

▷성=1차를 친 뒤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2차를 안 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어도 붙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험 자체는 어려운데 역시 객관식이기 때문에 결과는 좋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합격률이 높으니깐 꼭 포기하지 말고 2차를 치셔라.


공인중개사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최근에 공인중개사를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성=조심스러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고 또 준비하고 계신 분들도 많은 상황이라 상대평가 제도로 전환되는 건 어렵지 않나 싶다. 다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다고 모두 부동산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저도 토지랑 전원주택만 하다 보니 아파트 쪽은 잘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런 분야별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다른 별개의 전문성 있는 시험을 만드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시험이 있다면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도 향상될 수 있을 것 같다.

▷임=상대평가로 바꾸는 것은 기존 자격증을 취득한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분명 있을 것 같다. 중개 서비스 고품질화를 위해 좀 더 엄격하게 뽑아야 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반면 중개사의 공급이 줄면 소비자에게 되레 피해로 돌아간다는 논리도 있는 것 같다. 선발 과정뿐만 아니라 선발 과정 이후에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에서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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