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된 파운드리..TSMC·삼성 '兆 단위' 증설, 중견사도 '낙수효과'

박진우 기자 2021. 1.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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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AI 본격 개화…반도체 수요 끌어 올려
TSMC 車 반도체 가격 인상 검토…호황 자신감
TSMC·삼성전자, 올해 파운드리 공격적 투자
중견사도 ‘낙수효과’ 누려…"공장 100% 풀 가동"

대만 타이난 사이언스 파크 내 위치한 TSMC 팹(공장) 18. 현재 TSMC는 이곳에 3㎚ 팹을 건설 중이다. /TSMC제공

5세대 이동통신(5G)이 본격화하고,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이 침투하면서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선두권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수주 확대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는 등 시장 수요 잡기에 나섰고, DB하이텍·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중견기업 역시 공장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는 자동차용 반도체 가격을 최대 15%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으로 수요자가 몰리자 가격 인상을 통해 수요 조절은 물론, 매출 증대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TSMC의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약 10%로 추정된다.

TSMC가 파운드리 1위라는 상징성이 워낙 커, 업계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드는 후발주자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쇄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없으면 차를 만들 수 없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을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자동차용 반도체 가격이 10% 오르면 자동차 생산 원가는 약 0.18%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1%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시장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산업 전반에서 늘어난 반도체 수요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반도체가 산업 특화형으로 각각 발전해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내는 파운드리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 설계 기업이 아무리 좋은 설계를 해도 만들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결국 고도의 생산기술을 가진 파운드리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EUV 전용라인이 있는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수요는 전년보다 23.7% 성장했다. 올해는 이보다 7% 이상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1·2위 TSMC와 삼성전자는 나란히 투자를 늘릴 계획을 세웠다. 특히 두 회사는 1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이하 미세공정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미 생산 가능한 5나노 공정 수주가 가득 찬 상태다.

TSMC의 경우 지난해 거둔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31조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한다. 3나노 공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 또한 11조원(추정)을 파운드리 분야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최근 "쌓인 현금을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풀어내겠다"고 전했다. 업계는 반도체 관련 대대적인 투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 등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 등에 파운드리 증설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공장 증설과 관련한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증설이나 시설투자를 한다면 국내외 사업장을 모두 망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면서 중견사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0위인 DB하이텍의 경우 200㎜(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주력으로 생산하는데, TSMC나 삼성전자의 300㎜(12인치) 웨이퍼에 비해 절대적인 반도체 생산량은 적지만, 생산비용이 저렴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DB하이텍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DB하이텍 제공

DB하이텍은 미세공정이 필요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전력관리반도체(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미지센서 등(CIS)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최근 공장을 100% 가동하며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어 공장 증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증설 후보지는 충북 음성이 꼽히고 있으나, DB하이텍은 "현재까지 공장 증설과 관련한 것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공장 증설 대신 반도체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1조3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으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1조원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대만 SMIC 제재의 반사이익을 얻은 동시에 최근 파운드리 쇼티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최근 중국 장쑤성 우시시 공장에서 200㎜(8인치) 웨이퍼를 생산 중이다. 충북 청주 M8 공장의 장비를 최근 우시 공장으로 옮기고 있다. 1000여 개에 달하는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을 유치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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