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에 대한 불안함, 정용진이 네이버 찾게 만들었나

함지현 2021.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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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승자 독식 구조..쓱닷컴, 자력 톱3 진입 어려워
온라인 굴지 기업이자 협업 강화 중인 네이버에 '러브콜'
아마존 손잡은 11번가에 '아차'..앞서기 전략 모색 관심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찾은 이유가 SSG닷컴(쓱닷컴)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특성상 승자 독식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쓱닷컴은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자체적인 역량만을 믿기보다, 국내 1위 플랫폼 사업자이면서 여러 기업과 손을 잡고 있는 네이버를 등에 업고 쓱닷컴의 반등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그룹)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28일 이 GIO를 직접 방문해 양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동석했다. 강 대표는 이마트뿐 아니라 쓱닷컴의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쓱닷컴을 운영하면서 이커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정 부회장이 지금의 형태로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 네이버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지금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수의 승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생리를 잘 알고 있어서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아마존, 중국은 알리바바, 일본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 등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상위 3개 업체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확정 짓기는 어렵지만 온라인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이버와, 물류 혁신을 시작으로 ‘제2의 아마존 모델’을 지향하는 쿠팡이 1,2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남은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인데, 아마존의 손을 잡게 될 11번가가 가장 근접한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쓱닷컴은 NH투자증권 예상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3546억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나쁘지 않은 성장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11번가와 아마존의 동맹이라는 변수의 발생은 쓱닷컴에 수조원을 투자한 정 부회장의 심경을 흔들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쿠팡이 아닌 네이버를 선택했을까. 물류 혁신 이후 나스닥 상장을 향해 전념하는 쿠팡은 이미 사업적 모델이 갖춰져 다른 곳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어서다.

반면 네이버는 여러 파트너를 모집하고 있다. 물류업체 1위 CJ대한통운과 풀필먼트 파트너십을 맺는가 하면 홈플러스 등을 입점, 장보기 서비스도 선보였다. BGF리테일과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사업도 추진한다. 즉, 아직은 쓱닷컴이 비집고 들어갈 여유가 있는 셈이다.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미 쓱닷컴 사업에 수조원을 투입한만큼, 방대한 조직과 5조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금액을 감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만약 신세계과 손을 잡는다면 네이버 입장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신세계의 오프라인 점포 운영 경험과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노하우 등이다. 추후 네이버에 유입될 수 있는 이마트의 충성고객이 많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다만 아직 쓱닷컴과 네이버의 합종연횡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쓱닷컴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지만 자력으로는 3위권 진입이 어려운 만큼 네이버와 힘을 합치려는 것 아니겠냐”며 “네이버 입장에서도 신세계와의 연합으로 얻는 게 있으므로 양측이 서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두 사람은 비슷한 영역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 협업하거나 시너지가 날 것들이 있을지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를 나눴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거나 발표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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