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10살아이 유인해서 우유 먹여달라고 한 20대

한 20대 성인남성이 온라인 채팅으로 10살 여자아이를 유인해 우유를 먹여달라는 둥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벌였습니다.

20대 A씨는 지난해 1월 친구를 찾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초등학교 3학년인 B양에게 접근했습니다. A씨는 먼저 "장애가 있는 아이의 엄마인데 우리 애가 너와 같은 학교에 전학 가서 다닐 예정"이라고 속여 B양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아냈습니다.

이후 A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B양을 초대합니다. 이번엔 전학 예정이라는 아이 행세를 하면서 "우리 엄마가 너랑 친하게 지내래. 학교 가기 전에 만나서 친구 사귀는 법 좀 알려줄래?"라며 B양을 유인할 계획을 세웁니다. 다음날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B양을 만난 A씨는 비가 온다는 이유를 대고 B양을 데리고 아파트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쓴 당부의 말이라며 B양에게 편지를 건냅니다. 이 편지는 'A는 젖병으로 우유를 먹여야 한다. 칭얼대면 기저귀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B양이 편지를 다 읽고 나자 A씨는 실제로 가방에서 바나나맛 우유가 담긴 젖병을 꺼내 B양에게 건넵니다. 그리곤 "아기처럼 먹여달라"고 요구합니다. 황당한 요구에 B양은 겁을 먹었고 곧바로 A씨를 뿌리친 뒤 도망쳤습니다.

◇미성년자약취유인…집행유예 이유는

이 사건은 B양의 신고로 알려졌는데요. 결국 A씨는 미성년자약취유인죄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아울러 보호관찰 명령도 내려졌습니다.

같이 있기만 했더라도 전혀 모르는 타인이 아이를 꾀어내 만난 것은 그 자체가 처벌 대상입니다. 형법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지식 및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미성년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미성년자약취유인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약취유인죄는 미성년자를 속이거나 유혹해 현재의 보호상태로부터 이탈하게 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두는 범죄입니다. A씨는 성인남성이면서 자신이 초등학생인 척 B양을 속였습니다. 이는 당연히 기망행위에 해당합니다.

사실 유혹하는 내용이 꼭 거짓말이 아니어도 됩니다. 앞서 법원은 감언이설로 미성년자를 현혹시켜 판단을 어렵게 만든 경우에서도 죄가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980 판결)

미성년자약취유인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벌금형이 없습니다. 미수에 그쳐도 처벌받습니다. 친부모조차 아이를 속여 데려오면 미성년자약취유인죄 피의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범죄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아동을 상대로 불순한 의도를 갖고 유인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이런 유형의 범죄는 죄질이 좋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A씨가 초범인 점과 조현성 인격장애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점이 양형에 참작돼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우유 먹여줘" 성희롱일까?

이 사건 재판부는 A씨가 B양에게 특정 범죄를 저지를 목적은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먹여달라'는 말 자체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희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A씨의 행동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의견인데요.

성희롱이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性的) 발언이나 행동을 해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의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줄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을 주었다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성희롱을 이유로는 형사처벌이 어려워 불법행위에 따른 민사소송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미성년자 성희롱은 아동복지법에 별도의 처벌규정이 존재합니다. 아동에게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여기선 '먹여줘'가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인지가 쟁점이 될 텐데요. 지금까지 아동 성희롱으로 처벌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와서 처녀 같다" "너한테는 색기가 없다" 등의 발언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으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통상 성희롱의 판단 기준은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 △건전한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한 수준인지 △반복적으로 성적 언동을 계속했는지 등입니다. 특정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결정되기에 개별 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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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