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터뷰]정진영, '다시, 밸런타인데이'.."연애 설렘 느껴보시길"
기자 출신 작가..드라마 '허쉬' 원작 '침묵주의보' 저자
"아내인 배우 박준면, 세상에서 가장 믿을만한 독자"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일단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재미는 있는데 재미에만 그치지 않는, 시의성이 있는 소설이요. 그리고 세상에 분명 있을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아직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습니다."
기자 출신 소설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뮤지션 등 다양한 수식어를 보유한 정진영 작가. 그는 재미와 시의성을 두루 갖춘 소설로 독자들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JTBC 드라마 '허쉬'의 원작 소설 '침묵주의보'의 저자이자 2013년 원전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 '젠가'의 저자다.
지난 28일 경기도 소재 자택에서 만난 그와 신작 '다시, 밸런타인데이'와 작가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 작가는 '재미'와 '시의성'을 작품의 주요 요소로 꼽았다. 그는 "저는 소설 자체가 굉장히 좋은 '저널리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시사가 사실을 보도한다지만, 사실이 진실인 건 아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계치 관련 기사를 예로 들면, 취업률이 올랐다는 건 사실이지만 살펴보면 일용직이 늘어난 경우가 있다. 사실인 건 맞지만 진실은 아닌 것"이라며 "이런 진실은 기사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소설로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지난해 말 선보인 '젠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굉장히 크게 기사화가 됐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누가 기억하나. 이후로도 비슷한 사건이 꽤 있었지만 기사가 안 됐다"며 "당사자들을 더 취재해서 쓰고 싶었는데 워낙 업계가 폐쇄적이라 취재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A4용지 70매짜리 고등법원 판례를 보고 작품의 구조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세상에 분명히 있을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아직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것을 보면 기자 출신답게(?) 작품 활동에도 '단독 기사' 발굴 정신이 서려 있어 보였다.
정진영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소설 '다시, 밸런타인데이'
작품은 유년시절 인연을 토대로 대학교에서 다시 만난 무리 속에서 벌어지는 연애 이야기를 그린다.
운명처럼 느껴지는 만남, 오래 묵은 짝사랑, 풋풋한 첫사랑, 감정의 시행착오 등 대학생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졌다. 실제 밴드활동을 했던 작가의 경험이 소설의 한 조각이 됐다.
신작은 이야기의 재미 외에 다른 재미도 채워준다.
각 챕터 뒤쪽에 QR코드를 삽입해 작품 속 감정선을 귀로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휴대전화 카메라만 비추면 자동으로 북OST에 접속할 수 있다. 수록곡들은 정 작가가 직접 쓴 곡들이다. 2014년 앨범 '오래된 소품'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정 작가는 "다시 녹음할 지, 보컬을 입힐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런 추가 작업들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게 될까봐 기존 그대로 들려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이번 소설을 펴낸 계기 중 하나로 '코로나19'를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작년 신입생들이 너무 안타깝다. 코로나19로 친구도 잘 못 만나고, 연애할 기회도 잃고, 아무 생각없이 즐겨도 모든 게 허락되는 신입생 시절을 통째로 날려버렸으니까"라며 "이런 대학생활을 간접적으로라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요즘 시국 때문에 답답해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연애하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되새길 수 있고,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설렘 같은 감정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작 '다시, 밸런타인데이'는 작가가 20대 초반에 썼던 첫 장편소설이다. 정진영이란 사람이 소설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이 20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정 작가는 "음악을 한창 열심히 했을 때, 그것만 갖고는 뭔가 표현이 안 되던 것들을 글로 써볼까 하다가 소설을 쓰게 됐던 거였다. '다시, 밸런타인데이'는 2~3년에 걸쳐 썼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첫 연애소설이자 마지막 연애소설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은 저자가 둘이라고 생각한다. 20대 초반의 정진영과 40대의 정진영"이라며 "지금에 와서 문장을 싹 고쳐 쓰면서도 글 속에 당시의 감정선이 남아있더라. 그 감정선은 지금의 나이에선 절대 느낄 수도, 살릴 수도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연애소설은 더 쓸 일도, 쓸 수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 배우 박준면 가장 믿을 만한 독자
정 작가는 아내를 가장 믿을만한 독자로 꼽았다.
그는 "아내는 1994년 데뷔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대본과 원고를 보지 않았겠나. 감이 엄청 좋다"며 "진짜 느낀대로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미화도 하지 않는다. 제가 들으면 정말 화날 정도로 이야기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침묵주의보' 같은 경우는 아내가 읽어보고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드라마로는 만들어지겠다'라고 하더라. 그런데 진짜로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저는 아내를 믿는 게 좀 있다"며 웃어보였다.
'다시, 밸런타인데이'를 검수(?)한 아내의 반응은 어땠는지 묻자 "꾸미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굉장히 오글거리는데 꾸미지 않은 모습이 좋았다고"라고 답했다.
정 작가는 "그래서 이런 점이 오히려 신선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세대들을 등장시킨 연애소설이 의외로 없었다"고 보탰다.
정 작가는 올해에도 2개 작품을 집필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나는 언론 조직의 실상을 담아낸 '침묵주의보', 지방 중도시와 전선업계 기업 조직을 그린 '젠가'에 이은 '조직' 시리즈 3부작의 종지부를 찍을 작품이다.
정 작가는 "조직 시리즈 마지막은 국회에 관한 것"이라며 "전직 국회의원을 통해 취재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입법부에서 의원들이 무엇을 하고, 그 뒤에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다루게 될 것이다. 찾아보니 이런 걸 다룬 작품이 없더라. 없으니까 또 쓰는 거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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