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스물 효민에게 건넨 여든 종인의 답.."품는 마음"

김일창 기자 2021.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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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출간 열달만에 신간 나와
인간 김종인부터 정치인 김종인까지.."마지막까지 희망 잃지 않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신간 '김종인, 대화:스물 효민 묻고, 여든 종인 답하다' 표지. © 뉴스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신간 '김종인, 대화: 스물 효민 묻고, 여든 종인 답하다'가 세상에 나왔다. 지난해 3월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가 출간된지 열 달만이다.

책은 제목처럼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스무살 곽효민씨가 궁금한 것을 물으면 김 위원장이 답하는 문답 형식이다. 곽씨는 김 위원장에게 역사와 쟁점, 오늘과 내일 등을 큰 주제로 총 16개의 세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인간 김종인'과 '정치인 김종인' 등을 모두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 개인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에서 나온다.

조부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 선생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모진 일을 당한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음에도 김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한다.

곽씨가 이를 보고 "할아버지(책에서 곽씨는 김 위원장을 '할아버지'로 칭한다)께서 이승만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신다니 좀 의외인데요?"라고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강조한다. "모든 일에는 공과 과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데 물론 과오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공로가 나라의 '탄생'과 관련된 사안이니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사안을 정확하게 알고 자신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60년 어린 곽씨에게 문답 틈틈이 당부한다. "친일 청산을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많지만 그들에게 '당신이 아는 독립운동가 이름을 한 번 말해 보라'고 하면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잘못한 사람(친일파)의 죄상을 밝혀 단죄하는 작업 못지않게 독립운동가의 업적을 널리 알려 발전의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 긍정을 더 앞세우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김 위원장은 "진보는 정치 사전 족보에도 없는 말인데 그저 자신들이 '진보적'이라면서 진보를 참칭하는 세력들"이라고 비판한다.

또 보수에 대해서는 "요즘 어떤 사람들은 '보수 정당의 정체성' 운운하면서 더욱더 보수적으로 보이기 위해 안달하지만 그런 사람에 보수주의가 뭐냐고 물어보면 답을 못한다"며 "보수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보수적 색채를 강화할 게 아니라 개혁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보수정당 대표를 맡는 그가 생각하는 보수란 18세기 영국 보수주의 정치가 겸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가 밝힌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 국민이 과격 혁명을 일으키기 전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와 다름없었다.

김 위원장은 "일체의 좌우 구분법 자체가 매우 시대착오적이며 민생에 도움이 되면 좌우파 정책 무던 갖다 쓰려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김 위원장은 모든 영역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부정·비리·부패·뇌물 방식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정교해졌다"며 "(정권 핵심 인사들이) 과거에 학생운동을 했다는데 운동권과 정치권에서 못된 짓만 잔뜩 배운 것 같다. 검찰이 조사하려고 하니까 검찰개혁을 들고나왔다"고 비판했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임금을 올려 분배 문제를 해결할라치면 어느 정부인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다"라며 "한계가 분명하고 정부가 할 일을 시장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꼬집는다.

바이든 시대를 맞이한 미국, 끊임없이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에서 대한민국이 가야 할 외교 방향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흔들림이 없다.

김 위원장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다"라며 "미국이 '껄끄러운 것은 미국에서 얻고 좋은 것은 중국에서 취하는 식'의 이기적 친구를 동맹이라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통일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진행된 여러 선언문 등을 언급하며 정권 유지를 위한 '이벤트'에 불과했다고 비판한다.

독일의 통일 과정을 예로 든 김 위원장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나라는 통일되지 않고 통일에 전혀 무관심하던 나라(독일)가 먼저 통일을 이룬 역설을 잊지 말자"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보다 말없이 묵묵히 준비하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기회에 느긋하게 대처하는 법이다. 통일도 그렇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나라를 이끌 지도자감으로 다섯 가지가 필요한다고 강조한다. Δ개방에 대한 인식 Δ안보에 대한 관점 Δ다양성에 대한 이해 Δ경제에 대한 지식 Δ교육에 대한 의지다.

곽씨는 김 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정치인의 꿈을 버리겠다는 사람이 많아질 거 같다. 듣고 있는 저도 너무 주눅이 든다'고 반응한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만큼 정치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며 갈수록 정치 불신이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정치를 삼류, 사류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가 발전하려면 일류 중 일류가 자꾸 정치권에 들어오는 그런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모든 준비가 다 갖추어진 사람이 국가를 이끌어도 될동말동한데 우연한 기회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이 좌충우돌하는 나라는 국가의 미래를 갖고 도박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자구 그런 길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한다.

김 위원장은 '에필로그'에서 한국 정치의 해결 방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포용"을 꼽겠다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고, 곽씨와 같은 청년들이 꿈조차 꾸지 못한 세상을 만든 거 같아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의 마지막 정치 행보는 이제 짧으면 두달, 길어야 1년 남짓이다. 그가 바라는 세상이 이번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조금은 이뤄질 수 있을까. 470쪽, 동아일보사, 1만9000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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