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단기법정관리 'P플랜' 추진..채권자들 선택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쌍용자동차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 사전회생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채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상거래 채권자와 산업은행 등 채권자 절반이 동의해야 P플랜이 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지난 28일 쌍용차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P플랜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쌍용차의 P플랜에는 감자를 통해 마힌드라 지분을 낮추고, 유상증자를 통해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2795억원)를 유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은 채무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신규자금을 원활히 지원할 수 있는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식이다. 법원의 힘을 빌려 채무조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채권단이 신규 자금지원을 맡는 구조다. 미리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놓은 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회생절차보다 기간이 짧다.
쌍용차는 1650억원 규모의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해 지난달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와 자율 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을 동시에 신청했다. 법원이 ARS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회생절차가 다음달 28일까지 연기됐다. 해당 기간 내 신규 투자자 확보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유력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 자동차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간 쌍용차 매각 협상이 인수 금액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되면서 쌍용차는 새 투자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 등과 함께 P플랜을 협의하게 됐고, P플랜 합의안을 토대로 채권자들 동의를 받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채무변제계획 등이 담긴 사전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우선 쌍용차는 다음 달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4월 말까지 P플랜을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P플랜에 돌입하려면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 사전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즉, 쌍용차가 P플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협력업체 등 상거래 채권자와 산업은행 등 채권자 절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에서 4월 말까지 P플랜을 마친다는 계획을 밝히긴 했는데, 제출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며 "P플랜과 그렇지 않은 사건의 가장 큰 차이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지 여부다. 채권자 절반의 동의를 얻어서 제출할 수 있으면 P플랜으로 가는 것이고, 그걸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자들의 동의 여부가 P플랜 성사의 변수인 만큼 산업은행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 전제조건으로 흑자 전환 전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사업성 평가와 함께 두 가지 전제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산업은행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채권액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쌍용차의 P플랜이 시작될 수 있다"며 "산업은행 이외의 채권자가 동의해서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 산업은행 동의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산업은행이 2분의 1 이상의 채권액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산업은행 동의를 얻어야만 P플랜 가동이 가능하다"며 "지금은 채권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산업은행 동의가 P플랜 개시에 필수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의 경우 P플랜을 신청할 때 채무자의 진술서 뿐만 아니라 회계법인을 통해 검증된 실사보고서를 첨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것을 봐야만 채권액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플랜이 가동된다해도 쌍용차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 신규 투자자 확보 후 경영정상화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423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29일 공시했다. 전년 영업손실인 2819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50.2%(1416억원) 확대됐다.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과 관련해 회의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쌍용차가 협력업체, 채권자들을 설득해서 P플랜으로 가더라도 그 이후에 구체적인 안을 꾸준히 내놓아야 한다. 특히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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