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神이여, 우리 군대를 지켜주소서’

강천석 논설고문 2021. 1. 30. 03: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믿음으로 軍 길러야… 侮辱당한 군대는 祖國 못 지켜
확신 없는 최고 사령관 지시·명령은 부하도 믿고 따르지 않아

‘神이여, 우리 군대를 지켜주소서’

믿음으로 軍 길러야··· 侮辱 당한 군대는 祖國 못 지켜

확신 없는 최고 사령관 지시·명령은 부하도 믿고 따르지 않아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딱 한 대목이 마음에 남았다. 바이든은 2625개 단어로 된 연설문을 21분 동안 읽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존 F. 케네디 연설처럼 두고두고 인용될 명구(名句)는 없었다. 연설문은 우리 고등학생이 사전의 도움 없이도 이해할 만큼 쉬웠다. 그 평이(平易)한 연설의 마지막 한 문장이 가슴에 닿았다. ‘신(神)이여, 우리 군대를 지켜 주소서(may God protect our troops)’.

지난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미의사당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취임연설을 하고있다./AP 연합뉴스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 외교·동맹·경제력 등이 다양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어느 시대나 최종적 수단은 군사력이다. 군대에도 상중하(上中下)가 있다. 최고의 군대는 적(敵)이 감히 싸움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군대다. 다음은 평화적으로 적의 위협(威脅)을 제거할 방법을 생각해 보지만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결사적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군대다. 하지하(下之下) 군대는 총·칼을 녹여 농기구로 만들면 적도 호응해 평화가 올 것이라는 정치가의 허언(虛言)에 휘둘리다 막다른 순간 원치 않은 전쟁에 휘말려드는 군대다. 이런 군대의 승패는 물을 것도 없다.

최고의 군대는 국가의 신뢰와 국민의 사랑이 길러낸다. 신뢰와 사랑이 무너지면 군의 전력(戰力)과 사명감도 함께 무너진다. 최강의 군대 미군도 신뢰와 사랑을 잃자 월남전에서 허무하게 패퇴(敗退) 했다. 미군은 그 패배를 ‘국민이 지켜보는 안방 TV 앞에서의 패전’이라고 부른다. 자기네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이 취임사의 마지막을 ‘신이여 우리 군대를 지켜 주소서’라는 기도로 맺는 것을 보고 전 세계에 전개(展開) 된 미군 장병들 가슴에 뭔가 묵직한 느낌이 와닿았을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전성기가 아니다. 모서리가 닳고 금이 가고 깨진 곳도 많다. 그러나 미군은 망가지지 않았다. 10여 년 전 화제를 모았던 ‘미국 쇠망론(衰亡論·That Used To Be Us)’ 저자들은 미국 국민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성공 모델로 미군 내의 교육 시스템을 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9월 25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경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시대 군은 어떻게 변모했을까. 존경과 사랑·신뢰와 기대를 듬뿍 받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백(氣魄)의 군대가 됐을까. 군은 국민의 갑옷이고 방패다. 국민은 자신들의 방패와 갑옷을 점검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국가와 군의 수뇌(首腦)는 군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

김정은은 국지전(局地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핵폭탄을 소형화하겠다고 했다. 중거리·단거리 미사일을 탑재할 핵잠수함 건조 계획도 비쳤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중부권까지 타격할 대형 방사포를 무수히 배치했다. 군은 북한의 공격 무기가 누구를 겨냥하고 있다고 장사병(將士兵)에게 교육하고 있는가. 북한이 전술핵을 동원해 선제(先制) 공격할 경우 우리 군이 어떤 무기로 퇴치(退治)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가. 장병들은 그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가. 재래식 무기로 핵무장한 적을 억지(抑止)·제압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어떤 나라를 들고 있는가. 장병들에게 ‘설마 같은 동포인 우리를 핵 공격하겠는가’라는 말 같지 않은 말로 질문을 막는 건 아닌가.

한·미 동맹 체제에서 미군 전력(戰力)은 적의 움직임을 사전(事前) 포착·대응하는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작전권 반환으로 눈과 귀가 함께 빠지면 무엇으로 대체하겠다고 설명하는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면서 ‘훈련의 땀이 전투의 피를 아낀다’는 말이 떠오르진 않던가.

한반도 주변은 북한·중국·미국·일본 군사력이 밀집돼 있다. 중국은 자기네 경제 수역이라고 서해에 멋대로 금을 긋고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한 해 수백 차례 침범한다. 일본과는 독도 문제가 있다. 협상으로 매듭짓지 못하면 다음은 무력 대치(對峙)다. 중국·일본의 해·공군 전력은 한국을 월등히 앞선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 누구의 손을 잡을 수 있는가. 국가와 군의 최고 사령관은 둘러대면 안 된다. 사령관이 확신을 갖지 못한 명령·지시·설명은 부하들도 따르지 않는다. 적을 물리칠 자신감을 잃은 군대는 무장해제(武裝解除)된 군대와 같다.

50만 국군 장병은 문재인 정권에서 많은 장군이 수갑을 차고 법정을 오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군의 적폐(積弊)가 청산되고 ‘국민의 군대’가 탄생하고 있다며 뿌듯하다는 장병이 있던가. 모욕(侮辱)당한 군대는 조국을 지키지 못한다. 바이든은 ‘신이여, 우리 군대를 지켜주소서’라고 기도했다. 한국 대통령 가슴엔 어떤 기도문이 들어 있는가.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