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공매도와 전쟁… 청문회까지 연다

김신영 기자 2021. 1. 3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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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군단의 역습… 요동친 주가

“시장의 악당인 공매도 세력을 박살 내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9일 이런 글이 등장했다. 개인용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의 이름을 따서 로빈후드 개미로 불리는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월가(街)의 공매도 세력과 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공매도 세력이 먹잇감으로 정한 기업의 주식을 대규모 매수하는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투자 기법이라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본다. 로빈후드 개미들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 위기 직후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됐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우리 주식 시장도 1년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오는 3월 16일부터 재개될 예정인데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태평양 건너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매도 전쟁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공매도 세력을 역습하는 개미들

전쟁터는 게임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업체인 ‘게임스톱’이다. 공매도 투자자로 유명한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대표는 지난 19일 트위터에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했다. 곧 폭락할 테니까”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자 개미들이 봉기하기 시작했다. ‘레딧(Reddit)’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끄러워졌다. 한 게시판에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자’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공매도 세력에 시달린 적이 있었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가세했다. ‘공매도는 사기’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개미들의 힘으로 게임스톱 주가는 22일부터 5일간 780% 폭등했다.

◇780% 폭등, 28일엔 폭락 ‘롤러코스터’

개미들은 전선(戰線)을 확대했다. 공매도 세력이 공격하는 주식을 골라 집중 매수에 들어갔다. 지난해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로 번졌다. 27일 하루에만 301% 올랐다. 휴대폰 회사였다가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한 블랙베리 등도 개미의 힘으로 폭등했다. 일단 개미들이 승리했다. 공매도 전문 분석 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자들은 27일까지 최소 192억달러를 잃었다.

문제는 개미들이 끌어올린 주가가 유지될 수 있는지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개미들의 인해전술로 달성됐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개미들이 위험해진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지난 27일 “게임스톱 등 최근 급등한 주식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에 이 주식들은 대부분 폭락했다. 게임스톱 주가가 44%, AMC엔터테인먼트는 57% 하락했다. 가격이 오르자 매도도 늘었고, 로빈후드가 “거래량이 너무 늘어 감당하기 어렵다”며 게임스톱 등 몇 개 주식을 찍어 매수량을 제한한 결과였다. 로빈후드가 이들 주식의 거래를 다시 풀자 게임스톱 주식은 29일 다시 68% 폭등해 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롤러코스터처럼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미국 증시도 충격을 받고 있다. 개미들의 역습으로 돈을 잃은 공매도 세력들이 다른 주식을 대량 매각해 현금화하면서 29일엔 미국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정치권으로 번진 공매도 논란

개미와 공매도가 격돌한 ‘게임스톱 전쟁’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증시를 지배해온 대형 금융사들의 공매도에 대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상·하원이 각각 긴급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맥신 워터스 의원은 “공매도 같은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들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대표적 규제론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이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았다”고 비난했다.

☞공매도

주식을 빌린 뒤 매각하고 일정 기간 뒤에 사서 갚는 거래 기법이다. 주식을 빌려 매각한 시점보다 주식을 사서 갚는 시점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요국 증시는 모두 공매도를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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