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읽기] 文정부 교육은 '파산'

이범(52)은 2008년 총선에서 심상정 캠프의 교육 담당으로 갑자기 등장한 진보계의 스타다. 요즘 말로 대치동 1타 과학 강사였고, 메가스터디 창립 멤버다. 심상정 옆에 서기 전에는 아무도 그를 몰랐다. 이후 김상곤과 곽노현을 도와 선거에서 이기고 서울시 교육청 공무원도 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교육 공약을 만들었는데, 홀연히 미루어두었던 영국 유학을 나섰다. 운동권 골품 체계에서 그는 6두품 정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교육에 대한 박학함과 제시하는 실용적 대안은 이범이 왜 1타 강사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문재인 이후의 교육’(메디치미디어)은 2018년 쓴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창비)를 체계화하고, 수치와 함께 정형화한 책이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기계적 중립’을 지킨 책이기도 하다. MB 시절 사교육비가 줄어든 이유에 대한 분석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핵심은 연세대와 고려대를 그냥 두고는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공립 네트워크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들이 아이비 리그를 형성하고 주립 대학들이 하위로 밀려나는 미국식 구조가 생겨날 것이라는 지적이 머리를 끄덕이게 만든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교육위원회 구성 논의도 제대로 못 했고, 대학 개혁에 대해서는 아직 한 발 떼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이 교육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별 변화가 없다. 몇 번을 바꿔도 현재의 ‘스카이 체계’는 물론, 무능하다 손가락질받는 공교육이 되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좀 실용적 시각으로 교육을 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는 말한다. “진보 교육계는 체스 판을 갈아엎을 전망도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말을 탓하고 있다.”
책의 미덕은 현실주의에 있다. 물론 그가 얘기하는 변화를 만들려면 돈은 좀 든다. 현재의 국공립 네트워크 안에 사립대학을 포함해 경쟁력을 갖게 하려면 교수들에게 보상으로 연구비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친 합계 출산율 위기를 생각하면, 과연 개혁을 어디에서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자녀에게는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넌더리 치는 경쟁 교육,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 상상이 멈춘 바로 그 자리에서 진보는 패배한다. 문재인 정부 경제가 실패라면, 교육은 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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