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86] 죽음 곁에서
특수 청소. 청소 앞에 붙은 ‘특수’는 누군가의 죽음을 전제로 한 다양한 상황을 의미한다. 사체, 쓰레기, 냄새, 끝내 내지 못한 요금 청구서, 단전과 단수를 의미하는 경고문과 고독사. 저자의 말처럼 ‘고독사’를 ‘고립사’라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외로움은 덜어지지 않는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특수 청소를 하는 이의 눈으로 본 죽음 곁의 이야기다. 취재가 아닌 그 삶을 살아낸 사람에게 죽음은 실존을 넘어선 냉혹한 현실이다. 가령, 고립되어 살아가던 사람들에게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락을 멈추지 않는 곳이 있다. 채권 추심 기관. 가족은 채무자를 버려도 채권자는 채무자의 건강을 끝까지 염려한다는 책 속의 핍진한 문장처럼 삶은 잔인하다.
“착한 분이었어요. 맨날 고맙습니다, 입에 달고 사는 사람....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지 못했을까.”
책 속에는 가슴 절절한 많은 죽음이 있지만, 자살 도구를 끝내 분리 배출까지 한 여자의 죽음 앞에선 내 마음도 무너졌다. 특수 청소자의 시선에서 보면, 죽음을 찾아내는 건 사람에 대한 ‘안부’가 아니라 ‘악취의 원인’을 찾는 과정이다.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고립인데, 자살에 쓰인 도구가 돈을 벌어주던 고인의 직업과 관련됐을 때 드는 양가적 감정을 견디는 일이기도 하다. 생존 도구가 흉기가 되는 그 아이러니를 참는 일 말이다. 그런 이에게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를 향해 구부러진 고지서와 청구서가 가난에 등이 휜 것처럼” 보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죽음에서 결국 삶을 보듯, 더러워진 변기를 수없이 닦으며 그가 얻은 지혜에 기대어 밑줄을 긋는다.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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