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살던 집에는 그의 시간이 스며있네

채민기 기자 2021. 1.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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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속의 나무 집

테드 쿠저 글|존 클라센 그림|공경희 옮김|시공주니어|44쪽|1만3000원

어린 남매와 함께 사는 아버지는 마당을 가꾸느라 여념이 없다. 온갖 나무의 씨앗이 날아들어 싹을 틔워도 묵묵히 뽑아내고 잔디를 깎을 뿐이다. 두 아이가 커서 집을 떠난 뒤에야 손을 놓는다. 이제 일이 힘에 부치는 아버지는 자식들 사는 도시로 이사를 결심한다.

이것은 시간이라는 철학적 주제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아버지의 삶과 집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 섣불리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이들이 살던 시절처럼 씨앗이 날아들어 빈집을 에워싸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씨앗이 틔운 싹은 나무가 되고, 점점 위로 자라는 나무는 이윽고 집을 들어 올린다. 아버지의 시간을 간직한 집이 무너지지 않고 ‘나무 속의 집’으로 다시 서는 장면은 어쩐지 안도감을 준다.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는 인간의 삶을 자연이 보듬는다.

퓰리처상 수상 시인으로 올해 여든둘인 글쓴이는 이 책을 두 손녀에게 헌정했다.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로 미국 최고 권위 아동문학상인 칼데콧상을 받았던 마흔 살 그림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책을 바쳤다. 앞날을 내다보는 아이들에게도,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야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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