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새벽 식탁의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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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직접 글자를 적고 있는 저는 75세 할머니입니다.”
흰 규격 봉투의 ‘받는 사람’ 난에 파란색 볼펜으로 또박또박 ‘곽아람 북스 팀장’이라 눌러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대학 노트 두 장, 빼곡한 이야기에 책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났습니다. 화학 교사 출신이라는 독자는 소싯적부터 책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교사 시절, 교무실로 서적 판매원이 오면 다른 선생님들이 “김 선생에게 가 보라”며 등을 떠밀었다는군요. 요즘은 미술사 공부에 빠져 있다 보니 웬만한 서점보다 미술사책을 더 많이 소장하고 계시다고요. 지난해엔 각각 뉴욕, 런던,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예술에 대한 책들을 번갈아 읽으며 세 도시를 “행복하게 날아다녔다”고 적었습니다.
좋아하는 책은 여러 번 읽는데, 세 번쯤 읽고 또다시 읽을 때면 새 기분으로 읽고 싶어 새로 사신답니다. 밑줄 친 헌 책은 간직하고 새 책은 읽은 후 주변 분들께 선물하신다네요. 며느님이 농 삼아 “한국 출판계를 버티고 계신 어머님”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빙긋 웃다가 이 구절에서 뭉클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식탁에서 계란 삶으며 조선일보 보면서 사과 한 개 먹고 치즈도 먹으며 나만의 새벽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 내 행복입니다.”
편의점에서도 종이 신문 구하기 힘든 시대, 종일 지면(紙面)과 씨름하다 퇴근하는 밤이면 때때로 허탈한 의문이 찾아옵니다. ‘누구를 위한 노동인가.’ 편지를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디지털과 언택트의 시대에도, 갓 배달된 신문의 종이와 잉크 냄새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오늘 새벽 식탁에도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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