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일까?[이정향의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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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은 섬마을에 사는 30세의 트루먼은 극히 평범하다.
어릴 때 바다에서 아빠를 잃은 것 말고는 무탈하게 자랐다.
아버지의 죽음도 트루먼에게 바다를 무서워하게 만들어서 세트장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연출자의 의도였을 뿐이다.
트루먼은 우연한 방송 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삶이 통제받고 있다고 의심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그가 믿는 가족과 친구들은 그 의심이 망상일 뿐이라며 고향을 못 떠나게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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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트루먼의 일상을 보며 웃고, 운다. 출연자들마저 ‘트루먼 쇼’는 날것 그대로라서 진짜 인생을 보여준다고 자부한다. 모두 30년간 트루먼을 감쪽같이 속여 온 이들이다. 트루먼은 우연한 방송 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삶이 통제받고 있다고 의심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그가 믿는 가족과 친구들은 그 의심이 망상일 뿐이라며 고향을 못 떠나게 달랜다.
나날이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들끓는다. 며칠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집무실 책상 위의 호출 버튼을 치웠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국내 여러 매체에 실렸다. 트럼프가 콜라를 주문할 때 비서를 호출하던, 트럼프 때 설치한 버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버튼은 클린턴도, 부시도, 오바마도 책상 위에 두고 썼다. 하지만 어느 매체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빗대어 바이든을 띄워준 이 오보는 오히려 바이든이 부정선거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라는 주장에 기름을 부었다. 사진에 그 버튼이 없는 건 치운 게 아니라 대통령으로 인정받지 못한 증거라고.
음모론이 어느 한쪽만의 잘못일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끝까지 물증을 외면하고, 팩트 체크라는 미명하에 본질을 회피하거나 부분을 확대 해석한다면 의심을 살 만하다. 거기에 진위와 상관없이 자기 좋을 대로만 믿고 우기는 우리들, 그러다간 영화 속 트루먼처럼 거대한 세트장에서 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다수가 믿는다고 진짜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소수의 주장이 가짜이지만은 않다. 17세기 말에 과학자 뉴턴이 지동설을 증명해 보일 때까지 기원전 3세기부터 2000년 동안 천동설에 반대하며 지동설을 주장해왔던 이들은 음모론자로 몰리며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영화 속 트루먼은 자신의 의심을 믿고 풍랑 속의 바다를 헤쳐 세트장을 탈출한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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