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실용주의로 '로마답게'.. 제국 번영 이끈 10명의 황제

김용출 2021. 1.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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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1년 9월2일, 그리스의 서부 악티움 반도 앞바다에서 옥타비아누스와 그의 유능한 참모 아그리파가 이끄는 로마 해군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 함대와 격돌했다.

"요란하고 화려한 수사의 표면 뒤로 본심에는 실용주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 로마였다. 진짜 로마는 키케로의 도미문(주절이나 핵심 서술부를 끝에 배치한 긴 문장)이나 타키투스의 세련된 산문보다는 주저 없이 게르마니아 땅을 포기한 티베리우스나 '돈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로 공중 화장실에 대한 과세를 정당화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게서 발견된다. 새 혈통과 새로운 신들, 힘든 결정과 전략적 후퇴들, 제국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로마인들은 무엇이든 기꺼이 할 태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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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스트라우스/최파일 옮김/까치/2만5000원
로마 황제 열전/배리 스트라우스/최파일 옮김/까치/2만5000원

기원전 31년 9월2일, 그리스의 서부 악티움 반도 앞바다에서 옥타비아누스와 그의 유능한 참모 아그리파가 이끄는 로마 해군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 함대와 격돌했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회심의 일격에 모든 걸 걸었지만 로마군에 완패했고, 패색이 짙어지자 전장을 떠났다.

옥타비아누스는 악티움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로마의 제1인자, 아우구스투스(‘존엄자’)에 오르면서 로마 제국을 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기원후 14년 일흔여섯 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45년간 제국을 운영했고, 이후 약 70명이 뒤를 이어 제국을 이끌어갔다.

고대 군사사(軍事史) 전문가이자 미국 코넬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약 70명의 로마제국 황제 가운데 아우구스투스부터 시작해 약 350년 뒤 기독교로 개종하고 동로마 제국을 개창한 콘스탄티누스까지 10명을 뽑아 분석한다. 폭군의 전형이 된 네로도 포함됐다.

황제들의 탄생부터 그들의 업적, 개인적인 면모나 은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적들, 도전이나 위기 등을 따라가다 보면 로마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잇단 위기와 도전 속에서 많은 황제가 역량 부족을 드러냈지만 몇몇은 잘해냈다. 저자는 10명의 로마 황제를 통해 로마가 제국으로 오래 존속할 수 있었던 원인과 비결 등을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로마 황제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에 의존했다.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군대를 과감히 활용했다. 심지어 ‘명상록’을 남긴 철인 황제 아우렐리우스조차 치세의 대부분을 변경지대에서 싸우며 보냈다. “그들은 경쟁자와 반대자들을 살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군대에 의존했고, 군대는 제국을 정복하고 방어했으며, 잔혹하게 반란을 진압했다.”

가문과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황제의 할머니나 어머니, 아내나 딸 등도 놀라울 정도로 권력 가까이 있었고 고비마다 역할을 했다. 정략결혼도, 이혼도 횡행한 이유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제국을 우선하는 실용적인 사람들이었다. 제국 존속을 위해서 핏줄이 다르거나 계급, 인종이 달라도 황제로 삼았다. 로마를 가장 성공한 제국으로 만든 건 바로 실용주의자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요란하고 화려한 수사의 표면 뒤로 본심에는 실용주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 로마였다. 진짜 로마는 키케로의 도미문(주절이나 핵심 서술부를 끝에 배치한 긴 문장)이나 타키투스의 세련된 산문보다는 주저 없이 게르마니아 땅을 포기한 티베리우스나 ‘돈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로 공중 화장실에 대한 과세를 정당화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게서 발견된다. 새 혈통과 새로운 신들, 힘든 결정과 전략적 후퇴들, 제국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로마인들은 무엇이든 기꺼이 할 태세였다.”

그들은 변화를 성장 동력으로 삼을 줄 알았다. 쉽게 이뤄졌다거나 유혈을 동반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제국의 시스템 안에 변화를 아예 장착했다. “그것이야말로 로마가 성공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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