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작권 전환, 시기 못박는건 위험".. 서두르는 한국에 제동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1. 1.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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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부 "시점보다 조건" 강조.. 서욱 국방 "성과 낼것" 발언 다음날
조기전환에 부정적 인식 드러내.. 2단계 검증평가 수용 안할 가능성
"한반도만큼 훈련 중요한 곳 없어".. 文 '北과 협의'에 우려 우회 표명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이어 ‘특정 시점’을 정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위험성을 또다시 표명한 것은 한국군의 ‘전작권 조급증’에 대한 간접 경고라는 분석이 많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북정책에 이어 주요 한미동맹 현안에서도 한미 간 ‘엇박자’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28일(현지 시간) 전작권 전환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 질의에 “전작권은 (한미가) 상호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fully met)’될 때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ABT(Anything But Trump)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가 추진했던 정책 대부분을 뒤집겠다고 예고한 바이든 행정부도 ‘조건 기반(condition based)’의 전작권 전환 원칙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고수할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전작권 전환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시기도 예사롭지 않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내 재임 기간 중 전작권 전환의 진전된 성과를 내겠다”면서 전환 작업의 가속화 방침을 밝힌 직후에 미 국방부가 상반된 취지의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미 국방부가 서 장관의 발언을 일축하는 듯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면서 “(한국군의) 성급하고 무리한 전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전작권의 섣부른 전환이 초래할 영향에 대해서도 “양국 병력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깊은 우려를 피력했다. 한국군이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채로 ‘특정 시점’을 정해 전작권을 넘겨받으면 북한의 전면 남침 등 유사시 한미 병력은 물론이고 국민의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자는 “북한의 핵도발에 대처할 수 있는 한국군의 전쟁 주도 능력의 달성 여부가 아닌 (현 정부) 임기 내 전환(2022년 5월)과 같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전환 작업에 (미국이) 동의하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병력과 국민, 역내 안보를 보장하는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단순히 연합사령부의 지휘부를 교체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미 국방부 입장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앞서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해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SCM 직후 동아일보에 이런 내용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전작권 조기 전환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런 기류를 고려할 때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에 대한 2단계 검증평가(FOC·완전운용능력)를 실시하자는 한국 요구를 미국 측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안에 FOC 실시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미국이 시한을 정한 전작권 전환의 문제점을 또다시 언급한 것 자체가 그 ‘징후’라는 얘기다. 3월 연합훈련에서 FOC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전환은 무산이 불가피하다.

미 국방부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수년간 일부 연합훈련이 중단되거나 성격이 바뀐 점을 거론하면서 “한반도만큼 군사훈련이 중요한 곳이 없다”고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여전히 대비태세 능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훈련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장기간 연합훈련이 중단·축소된 것에 바이든 행정부가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필요하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성과 계승을 앞세워 연합훈련을 ‘대북협상 수단’으로 계속 활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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