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영국에 사는 폴란드인 오세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영국에 사는 폴란드인 여러명이 ‘깜짝 선물’이 담긴 소포를 받았다. 안에는 폴란드 전통 먹을거리인 말린 버섯과 설탕에 절인 과일이 들어 있었다. 소포엔 발신인이 독일 동부의 도시 괴를리츠시(市)란 걸 알려주는 소인이 찍혀있었고, 이 도시 홍보 자료도 동봉돼 있었다.
일간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괴를리츠시가 영국에 있는 폴란드인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이주 유혹에 나서고 있다. 선물 공세에 더해 영국 일간지에 “폴란드인들은 우리 고장으로 오세요”라는 광고를 내고, 페이스북 홍보 페이지도 만들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에서 폴란드인들이 살기 까다로워졌으니 괴를리츠로 오라며 손짓하는 것이다.
인구 6만 괴를리츠는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다. 예전엔 하나의 큰 도시였는데 2차대전 이후 도시의 절반은 독일, 나머지 절반은 폴란드가 되면서 교류와 왕래가 거의 끊겼다. 2004년 폴란드가 EU에 가입하면서 예전처럼 양측 왕래가 활발해졌다. EU 내에서는 어느 국가든 이동과 거주가 자유롭다. 괴를리츠 시내에는 이중언어학교들이 있어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수업을 한다.
괴를리츠는 영국의 폴란드인들에게 ‘두 세계를 누릴 수 있는 곳’이란 점을 내세운다. 폴란드 생활 방식으로 살면서 영국과 비슷한 수준인 독일의 경제력을 누릴 수 있는 도시라는 것이다.
영국에는 폴란드인 약 9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건너와 살고 있다. 런던 시내에서는 가게 점원, 식당 종업원 중에 폴란드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앞으로 영국 체류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어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괴를리츠는 베를린 등으로 빠져나간 젊은이들의 빈자리를 폴란드인들로 메우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이 지역에서 촬영된 이후 영화 제작지로 각광받으며 ‘괴를리우드’란 별명으로 인지도가 올라간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괴를리츠의 이주 캠페인은 서서히 먹혀들고 있다. 이미 몇몇 가정이 이주해왔다고 한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셰필드에서 13년간 살다가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최근 괴를리츠로 이주한 폴란드인 바르텍 투르크(40)씨 사례를 소개했다. 영업 사원으로 일하던 투르크씨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게 되자 괴를리츠로 이주를 결심했다.
EU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영국에 사는 EU 회원국 국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최근 가동하기 시작했다. 오는 6월까지 신청하면 항공권과 2000파운드(약 306만원)의 정착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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