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편견은 피할 수 없다는.. 그것이 편견입니다

이호재 기자 2021. 1.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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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57). 미국 헌정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 부통령이 20일 취임했다.

취임식장에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해 해리스 부통령과 '주먹인사'를 나누며 확고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흑인 아들마저 "모든 흑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여길 정도로 깊게 뿌리 내린 인종 편견에 그는 좌절한다.

지저분한 턱수염, 헝클어진 머리뿐 아니라 검은 피부는 흑인이 범죄자라는 편견을 갖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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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제니퍼 에버하트 지음·공민희 옮김/372쪽·1만7000원·스노우폭스북스
미국의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오른쪽)는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시절이던 2019년 책 ‘편견’의 추천사를 썼다. 그는 “우리 자신의 마음과 사회 전반에 걸쳐 인종적 편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57). 미국 헌정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 부통령이 20일 취임했다. 취임식장에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해 해리스 부통령과 ‘주먹인사’를 나누며 확고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종 갈등을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큰 변화를 상징한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혐오를 해결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해리스 부통령의 추천사가 마음에 든다면 책을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미국의 인종 편견을 파고든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 교수인 그가 진행한 인터뷰와 사회학적 실험이 빼곡하다.

본인과 남편 모두 흑인인 저자는 몇 년 전 아들과 비행기를 탔다. 당시 다섯 살이던 아들은 흑인 승객을 보더니 “아빠와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남편과 전혀 닮지 않았다. 키는 10cm 이상 차이 나고, 대머리인 남편과 달리 머리카락이 길었다. 흑인 아들마저 “모든 흑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여길 정도로 깊게 뿌리 내린 인종 편견에 그는 좌절한다. “다섯 살 난 아이조차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을 자연스레 예상하게 만드는 심각한 인종 계층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찰과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한 경찰은 옷차림이 수상한 흑인을 발견하고 다가간 적이 있다. 지저분한 턱수염, 헝클어진 머리뿐 아니라 검은 피부는 흑인이 범죄자라는 편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 경찰은 진실을 깨닫는다. 반사된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다. 위장 근무 중이라 허름한 차림새였던 흑인 경찰관은 자신을 범죄자로 착각한 것이다. 경찰은 “전 자신을 보고 있었어요. 두려워하던 사람은 바로 저였어요”라고 고백한다.

사회학적 실험도 근거로 든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진은 인종 편견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쏴-쏘지 마’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모니터에 총을 든 사람이 등장하면 ‘쏴’ 버튼을, 일반 사물을 든 사람이 등장하면 ‘쏘지 마’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백인이 총을 들고 있을 때보다 흑인이 총을 들고 있을 때 ‘쏴’ 버튼을 더 빨리 눌렀다. 일반 사물을 든 사람을 오인해 ‘쏴’ 버튼을 누른 경우도 백인보다 흑인일 때가 많았다. 그는 이런 편견이 쌓여 경찰이 흑인을 과잉 진압하는 사건이 벌어지곤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편견이 우리 삶 곳곳에 침투한 이유는 18, 19세기에 일부 과학자들이 펼친 인종 열등성 이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노예제도가 부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정당화됐고, 그 편견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암묵적 편견은 인간의 두뇌 체계와 사회 격차가 만들어낸 일종의 왜곡된 렌즈”라며 “편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모두 인종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개인적 노력을 넘어 편견 문제를 끊임없이 사회적 화두로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를 위한 편견 교육’을 실시한 스타벅스처럼 조직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8년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던 흑인 남성 2명을 직원이 신고하자 경찰이 이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한 사건이 벌어진 뒤 회사가 취한 조치다.

“편견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가정을 버려야 이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낼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편견을 극복하는 힘 역시 우리에게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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