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출간 75년 만에 빛 본 소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계적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를 올해 선보인다는 소식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그가 '셰이프 오브 워터' 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인 데다 젊은 망나니 사기꾼이 정신과 의사와 한 팀을 이뤄 사람들로부터 돈을 뜯어낸다는 시놉시스가 관심을 끌었다.
그는 영매를 통해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심령주의 교회를 만들어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진 부자들을 갈취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작 영화가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내 영화 팬은 적다. 영국 가디언지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10권의 소설책’ 중 하나로 이 책을 선정할 정도로 작품성에 비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저자가 29세 때 스페인 내전에서 만난 전직 순회 공연단원으로부터 술을 얻기 위해 닭과 뱀의 대가리를 물어뜯은 알코올의존증 환자 이야기를 듣고 썼다는 이 책은 출간된 지 75년이 지난 뒤에야 영화화와 더불어 주목받게 됐다.
소설은 1940년대 카니발 유랑극단에 발을 들인 주인공 ‘스탠턴 칼라일’의 성공과 몰락을 그렸다. 칼라일은 유랑 도중 만난 ‘지나’로부터 독심술을 배워 큰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는 영매를 통해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심령주의 교회를 만들어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진 부자들을 갈취한다. 돈 뺏는 일에 중독돼 심신이 황폐해진 그는 여성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파멸에 이른다.
이를 단순히 ‘독심술로 돈을 버는 사기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건 소설이 담은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때문이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면 누구든 조종할 수 있고, 공포는 인간 본성으로 이어지는 열쇠라는 사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칼라일을 통해 인간이 병과 빈곤, 실패의 공포 앞에서 얼마나 나약해지는지를 생생히 보여 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에 원전 건설은 이적행위” vs “추진한 적 없다”…여야 공방
- 靑 ‘김종인 법적조치’ 초강수에…국민의힘 “경악, 이게 정치냐”
- ‘北 원전’ 정면충돌…與 “법적 처벌감” vs 野 “제 발 저렸나”
- 나경원 “文대통령, 북한에 원전까지 갖다 바치려 했느냐”
- 국내 원전은 축소하면서 北 원전은 추진…삭제 파일 보니
- 유럽의약품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권고
- 與, 4차 재난지원금 대상서 봉급생활자는 제외 검토
- “바이든-스가 통화 때 위안부-강제징용 소송문제 논의”
- 중국, ‘3000억대 뇌물’ 부패 금융인 사형 집행
- 법원 “윤석열, 이성윤 거치지않고 ‘최강욱 기소’ 직접 지휘 적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