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한반도보다 훈련이 중요한 곳 없다"
韓·美 국방, 규모·방식 등 이견
미 국방부가 28일(현지 시각)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한반도보다 더 훈련이 중요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선 “특정 시점을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유연한 해법”을 언급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 “내 재임 기간에 성과를 낼 것”이라며 조기 전환을 강조했다. 연합훈련과 전작권 전환에 대해 미국이 이날 밝힌 입장과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연합훈련 실시 및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한·미 간 인식차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되거나 조정됐던 것과 관련해 향후 방향을 묻자 “우리는 군대의 대비 태세를 위한 훈련과 연습의 가치를 알고 있다”며 “한반도보다 더 (훈련이) 중요한 곳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 연합훈련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그는 또 한·미 대비 태세 유지는 “확실히 (로이 오스틴) 국방장관이 해야 할 일”이라며 “미 합참의장,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이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구호인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오늘밤에도 즉각 싸울 수 있는 상시 전투 태세)’를 거론하며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고, 실제로 한반도에서 중요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국방장관이 직접 챙겨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북한과의 외교 협상을 위해 일부 훈련의 성격이 바뀌거나 중단됐다면서도 “내 이해로는 여전히 준비 태세 능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됐지만, 소규모 훈련을 계속해와 아직까지는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3월 연합훈련과 관련, “실병(實兵) 기동훈련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이라며 훈련 규모에 대해 “운용적인 묘미를 발휘하겠다”고 해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정부 전직 고위 관계자와 만나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외 기동훈련 없는 컴퓨터 훈련으로는 연합 방위 능력에 차질이 생긴다”고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평소 “실탄(實彈)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부하들의 피를 부른다”며 실전적 야외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미 국방부는 또 서 장관이 조기 전작권 전환 추진을 거론한 것과 관련한 언론 질의에 “전작권은 상호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 한국이 상호 동의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의 병력과 인력,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특정한 시점(Specific timeframe)에 대한 약속은 우리 병력과 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병력과 인력,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히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부를 바꾸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조건의 완전한 충족을 강조하면서 전작권 시점을 못 박는 것에 대해 거부 반응을 내비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을 비롯해 ‘전환 목표 시기’를 정해 놓으려는 정부 일각의 움직임에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미 양국군은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구비 등 3대 조건이 충족될 때 전작권을 한국군에 전환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3대 조건 충족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연합훈련을 통한 검증도 지연되면서 현 정부 임기 내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정부 일각에선 “현 정부 임기 내에 전환 목표 시한이라도 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이 미·중(美中) 갈등 상황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에 한층 신중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연합훈련, 전작권 등과 관련해 한·미 간 엇박자가 이어지면서 한국군은 물론 주한 미군의 군사 대비 태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더 이상 훈련 중단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이후 잇단 열병식을 통해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핵 능력 고도화를 과시한 상황에서 한·미가 계속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할 이유 없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달 초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중앙위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훈련 조정 문제를) 남북 군사공동위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 문제를 미국이 아닌 북한과 논의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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