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위상 변환 지수
[경향신문]
현실에 몸이 묶여 있는 나는 안녕한가. 극단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에 대한 기대와 공포 사이에서, 과잉 대표하는 특정 계층의 경험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이 세계의 질서 안에서, 우리는 다들 좀 지쳐 있는 것이 아닐까. 평행우주를 오가고, 다른 시대 다른 이의 몸으로 빙의하고, 내 삶의 결정적 순간으로 회귀하여 역사를 새로 쓰면서, 우리의 것이 될 수 없었던 미래를 욕망하는 판타지를 비타민 삼아 하루를 보낸다.
인간의 환각 상태를 과학기술, 예술과의 관계 아래 다루어온 제러미 쇼는, 위기의 상황일수록 새로운 비전을 갈망하는 인류의 바람을 담아,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 세계에서 벗어나 ‘평행우주’로 탈출하는 작업 ‘위상 변환 지수’를 설치했다. 그것은 초월성을 암시하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탐사되지 않은 우리의 의식세계를 여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7개의 서로 다른 그룹이 참여한 7채널 비디오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던 시기를 암시하는 영상 자료들과, 무용 워크숍, 1980년대 디스코풍의 뮤직비디오, 동작 치료, 우주를 연상시키는 추상적 패턴들, 내레이션, 몽환적인 전자음악을 담았다. 각 그룹은 ‘로봇처럼, 체조처럼, 요가처럼’ 움직이며, 육체의 움직임이 이끄는 정신의 자유로운 길을 찾아나선다. 어둠 속에 매달린 스크린 7개는, 분리되어 있지만 연결된 평행우주처럼 유사한 듯 다르게 각 세계의 질서를 따라 전개된다. 스트로브 조명이 현란하게 깜박이고, 특수효과가 7개의 세계를 뒤덮으면, 우리의 시간감각은 왜곡되고 의식은 흔들린다. 이 여정을 함께하자는 작가의 의도를 따라 잠시나마 나의 의식은 여기 아닌 어딘가로 향하지만, 오래지 않아 나는 다시, 지금 여기에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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