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전 추진' 논란에 靑 "법적 대응"..文의 뜻 담겼다

산업부 공무원 삭제 문건에 '北 원전' 포함
김종인 "원전 게이트 넘어 충격 이적 행위"
靑 "터무니 없는 주장, 혹세무민하는 발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발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의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적 행위"라고 비난하자 청와대가 반격에 나섰다. 특히 법적 조치 등 이례적인 ‘초강경 모드’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 퍼주기 프레임’을 둘러싼 청와대와 야권의 정면 대결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9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위원장은 발언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적 행위’라는 김 위원장의 표현을 콕 집어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라며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선거 국면 속 무리한 여론 몰이로 규정하고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공식 입장이다. 대통령 뜻과 다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전해졌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법적 조치에 대한 물음에는 “지금부터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법적 조치 예고에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배준영 대변인은 전날 구두 논평을 통해 “제1야당 대표의 진실 규명 요청과 노력을 법적 조치로 눌러버리겠다는 청와대 반응에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런 게 연초에 말씀하신 이른바 포용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평정심을 되찾기 바란다”며 "청와대는 드러난 사실과 의혹에 대해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 PT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은 대전지검이 앞서 기소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이 전날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직전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530개의 파일 가운데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등의 문건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해당 문건들은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단어 'pohjois(뽀요이스)'가 포함된 '60 pohjois'라는 폴더와 '북한 원전 추진'의 줄임말로 해석되는 '북원추' 폴더 등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작성 시기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인 5월 2∼15일로 알려졌다.

야권은 이번 의혹을 즉각 ‘이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공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에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통일부도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2018년 이후 남북 협력사업으로 북한 지역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