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아이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임지영 기자 2021. 1. 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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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웠다.

불을 끄자 적막이 찾아왔고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 목소리인데 부모에게 혼나고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들의 뛰는 소리, 호통 소리, 울음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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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려고 누웠다. 불을 끄자 적막이 찾아왔고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 목소리인데 부모에게 혼나고 있는 것 같았다. ‘정인이 사건’이 일어난 직후라 마음이 복잡했다. 신고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인지, 흔한 야단인지 헷갈렸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들의 뛰는 소리, 호통 소리, 울음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허술한 방음을 탓해야 하는 걸까. 곧 울음이 그쳤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그 가운데 국회가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60여 년 만이다.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2013년부터 체벌 근절 캠페인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를 진행했지만 시민들 반응은 미지근했다. 아동학대는 잘못이지만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정서였다. 몇 년 전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취재할 때 거의 대부분, 시작은 체벌이었다. 30㎝ 자에서 시작해 막대기, 발길질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가해자의 80%를 차지하는 부모 역시 ‘훈육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회초리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었다.

아이의 부고를 듣고 죽지 않은 아이들이 아른거렸다. 그중 이 아무개양도 있다. 4년 전 당시 9살이던 이 양은 밤부터 새벽까지 7시간 동안 학교 실기시험을 위해 리코더 연습을 했다. 계속 틀리자 엄마는 “한 번만 더 못 불면 죽는 줄 알아라, 너 같은 애는 죽어야 된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알루미늄으로 된 빗자루 봉으로 전신을 때리고 손바닥으로 뺨을 때린 뒤 발로 배를 찬 다음 주방에 있던 과도를 들고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이 양은 타박상을 입었다. 법원은 상습적인 학대가 없었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엄마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당시 나는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또 누군가는 한국 사회에서 그 정도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사망에 이른 경우조차 체벌이라는 명분이 감형 요인이 되기도 했으니까.

여러 아이의 죽음을 딛고 부모의 체벌이 마침내 금지되었다. 취재 당시 인상적으로 들었던 두 마디 말이 다시 떠올랐다. ‘체벌에 관대한 문화는 사회 전체가 폭력을 용인하는 수준과 닿아 있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를 위해, 공공의 개입은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살아 있는 아이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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