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거리두기 되는 자전거 +92%, 회식 안 해 숙취해소제 -23%

김홍준.최은혜 2021. 1. 3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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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가 밝힌 1년 씀씀이
탁 트인 곳 선호
골프장 20% 늘고 노래방 37% 줄어
집의 소중함
가전품 34% 증가, 화장품 16% 감소
문 밖은 위험
실내복 17% 늘고 신발·가방 28%↓
원격 수업, 재택 근무
노트북 7% 증가, 급식 우유 74%↓


코로나 1년, 소비가 달라졌다
보통 1년간 운동화 두 켤레를 샀는데, 한 켤레만 샀다. 그런데 등산화를 샀으니 결과적으로는 같은 셈인가. 외출은 줄었는데, 옷은 늘었다. 그게 잠옷이다. 졸지에 집에 노트북 컴퓨터가 4대 생겼다.

1년 전 설마 했었다. 이렇게 오래 갈 줄, 이렇게 생활이 통째로 바뀔 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얘기다. 지난해 1월 20일 1번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지난 1년간 무엇을 더 사고, 어딜 더 찾았을까. 반대로 움츠러든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일까. 여론조사회사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소비 트렌드 자료를 중앙SUNDAY에 보냈다. 이를 토대로 남녀노소의 얘기를 들어봤다.
김동준(서울 영등포구)씨는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봄에 자전거를 구입해 아내와 함께 한강변을 달리고 있다. 2020년 9월에 김씨가 자신과 아내의 자전거를 촬영했다. [사진=김동준]
#남 “아침 북한산, 오후엔 스크린 골프”

직장인 김동준(50·서울 영등포구)씨는 영국 출신의 아내 카리 로이든(50)과 주말마다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린다. 김씨는 “지난해 4월 꽃은 피는데,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하래서 답답증, 울렁증이 생길 정도였다”며 “봄바람 맞으며 자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자전거(미니벨로)를 샀다”고 말했다. 이들 같은 사람들 덕에 지난해 1월~10월 자전거 매출은 그 이전 해보다 92% 늘었다.(이하 통계 수치는 전년 동기간 대비)

홍정식(50·경기도 부평)씨는 지난해 ‘등골 빼먹기’에 빠졌다. 등골은 등산과 골프를 합친 말이다. 홍씨는 “이른 아침에 북한산에 다녀온 뒤 오후에 스크린 골프장으로 직행할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실내 골프장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친구와 번갈아 치면,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거리두기가 저절로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난해 2~9월 스크린 골프장 이용자는 46% 늘었다. 야외 골프장 입장객도 같은 기간 20% 증가했다(카카오모빌리티). 국립공원 탐방객은 지난해 18% 줄었지만, 그중 수도권에서 접근이 비교적 쉬운 북한산은 오히려 18% 늘었다. 등산용품 판매도 더불어 36%(3~5월, 홈플러스) 성장했다.

김씨, 홍씨 모두 직장 회식을 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홈술은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분기 전국 가구 월평균 주류 지출액이 1만9651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직장 회식, 동호회 술자리가 적어지다 보니 숙취해소제 판매량은 22.5% 급감했다(3월, BGF리테일).

김씨는 “아내 카리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화장을 덜 하더라”며 웃었다. 색조화장품 매출액은 16.2% 떨어졌다(9월, 통계청).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국제선이 지난해 3월 24일 셧다운 됐다. 이날 김해공항 국제선 항공편은 0편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항공편이 0편을 기록한 것은 1976년 김해국제공항이 생긴 이후 처음이다. 송봉근 기자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화초, 인테리어, 가전 등 집 꾸미기에 관심도 높아졌다. 사진은 이승희(40·부산 동구)씨가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를 화초로 꾸민 모습. [사진=이승희]
#여 “로봇청소기 돌리며 넷플릭스 시청”

직장인 이승희(40·부산 동구)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을 10개 들여놓으니 자연에 들어앉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안 청소·설거지도 자주 하게 되면서 새로 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를 돌리며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거나 홈트(홈트레이닝)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밝힌 지난해 1~10월 화원·화초 매출액은 9% 늘었다. 9월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등 가전품 판매액은 33.6% 증가했다(통계청). 넷플릭스 가입자는 9월에만 150만 명이 늘었다(와이즈앱).

그러나 이씨는 “한 달에 2~3번 정도 남자친구와 함께 가던 영화관에는 지난 1년간 얼씬도 하지 않았고, 1년에 유럽·일본 등 두 차례 해외 산행을 하기도 했는데 지난해는 물론 올해까지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씨는 실내체육시설이 다시 문을 연 1월에도 헬스클럽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여행 가방, 항공 매출은 각각 25.4%(4월, 신세계), 38.7%(1~6월, 한국CXO연구소) 떨어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10월 영화관은 72%, 헬스클럽은 10%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정과 회사에서 폭증하는 주문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의 한 거리에서 한 라이더가 음식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노 “하루 세 끼 집밥, 라면·치킨도 찾게 돼”

곽민수(70대·경기도 고양)씨는 “강의하러 나가던 문화센터가 문을 자주 닫으면서 집에서 아침 한 끼만 먹다 세 끼를 먹는 일이 잦아졌는데, 잘 안 먹던 치킨을 주문하고 라면도 끓여 먹게 되더라”며 “딸이 가르쳐준 온라인 배달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전년 같은 달보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60.6% 증가했다. 음·식료품 주문은 47.1% 늘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의식주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우선 택배. BGF리테일은 지난해 편의점 CU 택배를 이용한 고객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고 밝혔다. 택배 서비스 이용 신장률은 코로나19가 퍼진 2월부터 28%로 급격히 치솟았다.

곽씨는 “코로나19로 자녀 결혼을 취소하거나 미룬 친구가 2~3명 있다”고 했다. 결혼 관련 업계가 줄줄이 타격받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원은 1~10월 예식장, 예식서비스업체, 사진관, 양복점, 피부관리실 매출이 각각 25%, 10%, 17%, 32%, 2% 줄었다고 밝혔다. 호텔 매출도 42.1%(1~6월, 한국CXO연구소), 면세점 판매액도 38%(11월, 통계청) 줄었다. 곽씨는 출강이 뜸해지면서 양복 세탁도 덜 맡기게 됐다. 세탁소 매출은 1~10월 10% 떨어졌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0년 3월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재학생들이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방식의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소 “재택 수업·근무로 집에 컴퓨터 4대”

대학에 합격한 김수민(19·경기도 안양)씨는 “이번 달만 해도 잠옷과 에어프라이어를 모바일로 주문해서 택배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에어프라이어로 고기를 익히고 가정간편식(HMR)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 지난해 산 노트북을 이용해 친구들과 랜선 생일파티를 벌였다. 잠옷을 입은 채였다.

에어프라이어는 지난해 판매량이 39% 늘었다(6~7월·전자랜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지난해 HMR 시장이 2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옷·실내복 매출은 17% 증가했다(12월·롯데온).

김씨의 집에는 노트북만 부모와 고등학생인 동생 것을 포함해 총 4대다. 동생은 원격수업, 부모님은 재택근무 때문에 새로 샀거나 회사에서 지급 받았다. 지난해 9월 한 달만 해도 통신기기 및 컴퓨터 판매액은 7.3% 늘었다(통계청).

김씨는 “1년 전 생일 땐 1차로 놀이공원에 가고, 2차로 아웃백이나 노래방에 갔는데 먼 옛날이야기 같다”며 웃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원은 1~10월 테마파크 매출은 57%, 노래방 매출은 37% 줄었다고 밝혔다. 전국 외식업체 카드 결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1~9월, 한국외식업중앙회).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는 “원격 수업을 길게 하다 보니 밖에 나갈 일이 적어져 한 해 두 켤레 산 신발을 지난해 새 학기를 앞두고 한 켤레만 산 뒤 계속 신고 있다”고 말했다.

신발·가방 판매가 9월 28.1% 떨어졌다(통계청). 학교급식 우유는 74% 곤두박질쳤다(1~6월, 농촌경제연구원).

한국리서치 혁신연구센터 전문위원인 정호영 박사는 “지난 1년간 가족 중심의 공간이었던 집이 일·공부·여가·미용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외부 활동에 대한 욕구도 유지돼 골프·캠핑·자전거 등의 대안들이 추구됐고 온라인 소비가 모든 연령대로 확산하면서도 편의점과 같은 근린 오프라인 채널 또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김홍준·최은혜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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