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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2021. 1. 3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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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혁명의 주체들 오제연·윤상현·하금철·홍석률·홍정완·황병주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4월혁명에 참여한 좀 더 다양한 주체들의 행동과 역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4·19혁명은 우리 역사상 최초로 대중이 주도해 집권자를 몰아낸 사건이었다. 저자들은 대학생과 지식인의 항거가 주로 부각되고, 다른 계층의 참여는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서울·대학생·엘리트가 아닌 소외된 4월혁명 참여자들을 재조명하는 게 이 책의 주된 목적이다. 부정선거 반대 시위를 가장 먼저 연 것은 중·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은 ‘학도호국단’ 활동 경험을 활용해 다른 계층보다 빨리 행동에 나섰다. 실업자·일용직 노동자 등 도시 빈민층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이들은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 대규모 민주항쟁마다 활약했지만 기록되지 못했다. 여성의 참여도 누락됐다. 학생뿐 아니라 중년, 노년 여성들의 활동도 기록했다.

 

 

 

 

 

 

 

 

만인만색 역사공작단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미디어팀 지음, 서해문집 펴냄

“역사에서도 여러 색이 겹치거나 혼합된 영역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 부여는 우리 역사일까, 아닐까? 금관가야·고령가야 따위 이름은 언제 어떻게 붙었을까? 흥미로운 물음을 파고드는 책이다. 2016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신진 역사 연구자 모임 ‘만인만색’이 썼다. 자칫 까다롭고 고루할 수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 만인만색의 팟캐스트 〈역사공작단〉 방송 원고를 기반으로 해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대사뿐만 아니라 조선과 현대사의 문제도 건드린다. 근대화와 중산층의 형성 과정이나 민족주의 문제 등은 오늘날 대한민국과 직결되는 현안이라 특히 눈길이 간다.

 

 

 

 

 

 

 

 

문명은 왜 사라지는가 하랄트 하르만 지음, 이수영 옮김, 돌베개 펴냄

“멸망한 문명이 걷던 길은 정말로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막다른 길이었을까?”

인류 문명의 ‘시원’은 어디인가? 많은 이들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그리스·이스라엘 등지를 떠올린다. 몰락한 고대문명 중 이들만 떠올리게 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저자는 적었다. 문자·국가·이념·종교 면에서 서구에 영향을 준 문명만 조명된다는 것이다. 책은 ‘아웃사이더 문명’ 25개를 다룬다. 타 문명의 공격과 식민지배로 멸망했으나 이들 또한 문명사에 공헌한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취가 기억되지 못하는 것은 후속 문명의 억압과 금지 탓이었다고 저자는 본다. 초기 인류부터 아마존 문명까지 연대순으로 실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수천 년 이른 아나톨리아 동부의 신전, 계급·가부장제가 아닌 평등한 사회 모델을 추구한 도나우 문명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많다.

 

 

 

 

 

 

 

 

김말룡 평전 이창훈 지음, 학민사 펴냄

“국회의원으로서 김말룡 활동의 하이라이트는 노동위원회 돈봉투 로비 사건의 폭로였다.”

부제가 고인의 삶을 압축한다. ‘노동자를 위해 살아온 한평생.’ 김말룡. 1927~1996. 1970년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세 번이나 출마했지만 중앙정보부의 ‘위원장 선출 공작’으로 매번 낙선했다. 서울 명동성당 한 귀퉁이에 그가 차린 명동노동상담소는 힘없고 ‘빽 없는’ 노동자들의 사랑방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제14대 국회에 입성했다. 한국자동차보험이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국정감사를 막기 위해 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으나 김말룡만이 돈다발을 돌려보내고 돈봉투 로비를 폭로했다. 이 사건으로 동료 의원들에게는 따가운 시선을, 노동자와 서민들에겐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전해투 동지’들이 적지 않은 성금을 보태 출간된 평전.

 

 

 

 

 

 

 

 

공동체의 잔해 위에서 나는 누구와 나의 삶을 이야기할 것인가 김옥선 지음, 당대 펴냄

“피란지 부산은 죽음과 절망, 불안과 환멸 그리고 퇴폐와 향락적인 공간으로만 재현되어왔다.”

2장이 눈에 들어왔다. 문학작품 속 ‘피란 수도’ 부산을 조명한 대목이 흥미로웠다. 전후 한국 문화에서 부산은 어떻게 다뤄졌을까? 문학, 영화, 음악 등 대중매체에서 부산은 ‘이별, 슬픔, 설움, 한의 정서’로 표현되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고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그게 ‘이방인의 시선’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에서 쫓겨왔다 서둘러 떠난 이들의 시선이라는 것이다. 이방인이 해석한 부산을 그 시대 부산의 실제라고 오인해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홀로 선 개인’에 주목한 저자는 피란 공동체부터 200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이주민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붕괴되어온 공동체의 흐름을 조망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오후 지음, 동아시아 펴냄

“기원전 4세기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도 기꺼이 속는다.”

점성술부터 별자리, 운세, 사주까지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신과 함께 살아왔다. 새해맞이 운세업은 늘 활황이다. 운동선수는 징크스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 과학의 시대에 사는 줄 알았는데 미신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인류는 미신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잠시나마 해소한다. 저자는 우리가 알던 비과학을 넘어 종교, 사상, 가짜뉴스까지 미신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인류 문명을 일으킨 농경을 두고는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 말하고, 종교에 대해서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며 논쟁적인 화두를 꺼낸다. 근거 없는 믿음이지만 그래서 더 강력하다. ‘우리를 속이는 건 점쟁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믿게 되는 미신의 세계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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