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보다 후순위? 스가와 통화한 바이든, 문 대통령과는 주말 넘기나
미·일 정상, 위안부 문제도 논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 통화가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29일에도 한·미 정상 통화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개최한 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동맹 현안과 한반도 및 글로벌 이슈들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통 당사자인 미국에서는 한·미 공조의 시작을 알릴 정상 통화 일정을 확정해 알려주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며 “주말을 넘겨 다음 주에나 양국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 우방 정상들과 통화를 마쳤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통화했고 28일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도 통화했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취임 후 정상 통화 순서에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반영해 왔다. 그런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앞서 중동 국가 정상들과 먼저 접촉할 경우 한반도 문제가 미국 외교 과제에서 후순위로 밀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미·일, 한·미 정상 통화 일정에 5일의 간격을 뒀고 재임 기간 내내 ‘전략적 인내’라는 소극적 대북 전략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행정부 때와 비슷한 판단을 한다면 남은 1년여 임기 내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8일 새벽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전화 통화에서는 강제징용 판결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요미우리 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일 정상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하며 “두 정상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연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일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총리관저와 미국 백악관이 전화 통화 후 배포한 자료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스가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권고하자 스가 총리가 일본의 기존 입장을 미국에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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