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환 曰] 한·일 실용적 외교가 기회 창출

한경환 2021. 1. 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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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미국·중국처럼 '기회의 땅'
화해 기운 살려 실용적 접근 필요
한경환 총괄 에디터
코로나19로 국가 간 왕래가 막히다시피 하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지금 일본에서는 오히려 4차 한류가 조용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고 JYP의 일본인 걸그룹 ‘니쥬’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겨울연가’ 돌풍(1차 한류)과 동방신기·소녀시대·카라(2차) 그리고 BTS·TWICE(3차)를 거쳐 이젠 한류가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꾸준히 한국 콘텐트를 공개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과 주간지 등 매체들도 한류 특집 프로그램을 자주 선보인다. NHK는 BTS 소속사를 취재해 방송했으며 한국드라마로 인기가 높아진 한국 음식 특집도 지상파에서 볼 수 있다. 주간 아사히, 아에라, 문춘엔터! 등은 최근 이병헌 인터뷰, 한류 드라마 소개, 니쥬 표지 사진, JYP 특집 등을 게재했다. 한때 헤이트스피치나 혐한 세력이 강해서 한류를 좋아해도 그걸 대놓고 드러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때마침 한국에서도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변화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2015년) 그 합의가 공식적인 양국 간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기존 우리 외교부 입장의 재확인이긴 하지만 이를 대통령이 직접 밝혔다는 데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또 “노력 와중에 위안부 판결이 더해져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한·일 관계가 더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모처럼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 외교는 모름지기 총성 없는 전쟁이다. 그런데 양국은 그동안 노골적인 ‘전투’를 벌여 왔다. 특히 우리 쪽은 일부에서 죽창론과 토착왜구론에 불매운동까지 동원해 일전불사의 반일감정 투쟁을 선동하기도 했다. 싸움을 말려야 할 정부와 외교 당국자들은 오히려 뒤에서 화력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 대가는 무엇이었나. 외교·안보 불안과 경제적 불이익 등 국익과의 바꿔치기 아니었나. 실용적인 실리를 추구해야 할 외교가 얄팍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 버린 참사가 벌어졌다.

흔히 우리는 한·일 관계에 빗대 독·불 관계를 살펴본다. 프랑스 입장에서 보면 이웃 국가 독일은 철천지원수의 나라가 아닐 수 없다. 그랬던 두 나라는 위대한 두 정치지도자의 실용적 외교 노선 덕분에 지금은 화해와 번영을 공유하며 누리고 있다. 1963년 1월 22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양국 우호조약에 서명한 후 깊은 포옹을 나눴다. 1960년대 프랑스로서는 공산국 소련은 물론 자유 진영의 대서양 세력인 미국과 영국 견제를 위해 독일과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했다. 독일로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서독이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명예와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협력이 절실했다.

한·일청구권협정은 엘리제조약 2년 뒤인 1965년 체결됐다. 한국과 일본,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독일·프랑스가 미래지향적, 실용적, 윈윈 관계라면 한·일은 과거지향적, 감정적, 대결적 관계였다.

미래는 젊은 세대의 것이다. 기성 정치인 일부는 사소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일본이라는 ‘기회의 땅’을 걷어차 버렸다. 미국이 싫다고, 중국이 오만하다고 반미, 반중 감정을 내세워 이들 나라와의 교역을 끊을 수 있나.

물론 뼈아픈 과거사는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결국 우리 하기에 달린 것 아닐까. 드골과 아데나워가 실용적 외교로 프랑스와 독일의 미래 세대에 물려준 황금기를 지금 한·일 양국 정치지도자들은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한경환 총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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