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무관심 바이러스에 중독된 야당

박신홍 2021. 1. 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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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애환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만 좇는데 누가 정 붙이겠나
박신홍 정치에디터
지난해 11월만 해도 정당 지지도나 차기 대선 승리 가능성 모두 여당이 크게 앞서던 시기였다. 대선 예비주자들도 싱크탱크를 강화한다며 각계 전문가들과의 물밑 교섭에 한창이었다. 반면 제1야당은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여전히 4월 총선 참패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한참 옛날이야기 같지만 불과 두 달 전 상황이다.

그새 정국은 출렁임의 연속이었다. 지지율이 역전돼 야당 주가가 치솟나 싶더니 최근 또다시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부산 지역 정당 지지도가 뒤집힌 게 대표적이다. 새해 들어 여러 변수가 정리되면서 여권에 대한 민심 하락 추세가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늘날 정치적 패권은 권불십년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가깝다. 단풍이 타오르는 것 또한 쇠락의 전조이듯 급등한 지지율은 시소처럼 내려갈 운명을 피하기 어려운 게 세상 이치다. 하물며 야당 스스로의 힘과 능력이 아닌, 대통령과 여당 실책의 반사이익만으로 상승한 지지율은 한계가 더욱 뚜렷할 수밖에 없다.

초조한 건 야당이다. 언론도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잇따라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하지만 늘 거기까지다.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올 텐데 “그 인물이 그 인물”이란 판에 박힌 공방만 오갈 뿐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는 그 누구도 말하지 않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야당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무엇보다 지금의 야당이 지난 5년간 전국 선거에서 4연패한 근본 원인은 ‘무관심’이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중독돼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늘 위로만 향해 있었지 옆으로, 아래로 향한 적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늘 대권 쟁취에만 있었지 서민들의 애환은 안중에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경제민주화 담론을 앞세우며 국민과 공감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란 걸 알면서도 성공에서 배우긴커녕 다시 옛 병이 도지는 ‘도루묵 정치’만 반복할 뿐이었다.

야당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도 대중을 향한 그들의 무관심이 낳은 필연적 결과다. 그들이 국민의 삶과 고통에 립서비스를 넘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을 보여주지 않으니 유권자들도 관심을 주지 않는 거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내놓은 정책 대안 중 이거다 싶은 게 뭐가 있는가. 국민의힘이 주어가 돼서 이목을 끈 이슈가 뭐가 있는가. 당명은 국민의힘인데 평소 언행을 보면 “국민의 힘은 전혀 필요 없다. 내 힘으로도 얼마든지 대권을 잡을 수 있다”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지 않은가. 중도층 공략이 살길이라며 ‘후궁’ 발언이나 하고 있으니 누가 이런 당에 정을 붙이겠는가.

그러니 민심이 대통령과 여당에 등을 돌려도 국민의힘으로 옮겨가지 않는 거다. 그러니 야권 대선후보 1위도, 야권 서울시장 후보 1위도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상황이 지속되는 거다. 그러니 한국갤럽 조사에서 모름·무응답층이 지난해 11월 이후 28~33%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거다. 기존의 낡은 지도로는 새 대륙을 찾을 수 없는 법. 더욱이 하루가 다르게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5G 시대에 20세기 철 지난 지도만 신줏단지처럼 움켜쥔 채 유권자들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찾는 건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심장까지의 거리다. 한국 사회에서 그 거리가 가장 먼 자를 꼽으라면 야당 정치인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무관심 바이러스에 중독된 나머지 머리와 심장 사이의 모든 혈관이 막혀버린 모습이다. 이 병이 나았다는 걸 행동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미래도, 대권도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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