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유행 넘어선 'MBTI'.."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재미와 유대감 모두 잡을 수 있어
과몰입 현상, 코로나가 원인일 수 있어..재미로만 봐야
한때 유행에 그칠 줄 알았던 'MBTI' 열풍이 이어지면서 MBTI 관련 콘텐츠 역시 다양화하고 있다. 단순히 자신의 MBTI 유형을 알아보는 것을 넘어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다른 유형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MBTI 특성을 자세하게 분석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끈다.
특히 일상 속 특정 상황을 가정한 후 MBTI 유형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지 분석한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콘텐츠만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 상황 제시.... 2차 가공 영상물도 인기
MBTI 유형별 분석을 위해 가정된 상황은 소소하면서도 구체적이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을 때', '(SNS에서) 좋아요를 받았을 때' 등 매우 현실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다.
임모(24세, 남)씨는 "MBTI별로 상황 대처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호기심에 (게시물을) 하나둘 눌러보았다"며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을 대입해서 보니 정말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해서 해당 SNS 계정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봤다"며 "이래서 'MBTI는 사이언스(과학)'라는 말이 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게시물의 반응을 모아 만든 2차 가공 영상물도 인기다.
'유튜브 댓글 모음집'은 트위터나 유튜브,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 만연하던 기존 MBTI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짜깁기해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INFP 인프피 짤, 댓글 모음'에는 'INFP가 사랑에 빠지면', 'INFP와 친해지려면' 등을 설명한 사진이나 댓글 캡처본이 포함된다.
이 동영상을 본 INFP 유형들은 특히 더 공감 가는 내용을 댓글로 적는다. 이 댓글은 다시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며 'INFP 유형의 특성'으로 굳어지는 것.
김모(23세, 여)씨는 "가볍기 보기 좋은 내용인데 나랑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 공감대도 형성되니 재밌어서 자꾸 보게 된다"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을 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말 진지하게 묻는 거예요"…커뮤니티 내 Q&A 형식의 게시글도 등장해
한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MBTI 유형에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게시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글쓴이가 'ISFP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해보자'는 글을 올리면 댓글 창에는 수많은 질문 댓글이 달린다. 이 질문에 실제 ISFP 유형들이 답을 해주는 것.
특정 유형을 정하지 않더라도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댓글 창을 통해 각 MBTI 유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
이런 식의 글이 하루에도 여러 번 올라오지만 '댓글 화력'은 매번 새로운 게시글인 듯 거세다.
실제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박모(24세, 여)씨는 "보통 (인터넷)커뮤니티는 실생활 속에서 지인들에게 터놓기 어려운 궁금증들을 해소해준다"면서 "MBTI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지인들과 같은 MBTI 유형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MBTI를 통해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모(24세, 여)씨는 "새로 누군가를 만날 때면 상대방의 MBTI를 넌지시 추측해본다"며 "상대방의 실제 MBTI와 내 예상이 맞았을 때 정말 짜릿하다"고 말했다.
이어 "(MBTI를 알기)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치부해 피하기 바빴다" 하지만 "MBTI가 대중화하자 그들을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심리학계, "'MBTI 과몰입' 현상, 코로나 상황 속 유대감 형성하려는 시도"
학계는 MBTI에 대한 '과몰입' 현상이 지속하는 것을 두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 해석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이 지속하면서 실생활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기회가 현저히 줄었다"며 "(MBTI 관련 콘텐츠를 통해)온라인에서라도 심리적 유대감을 느껴보려는 시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MBTI는 접근이 쉬운 주제라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내고 공통점을 찾기에 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MBTI는 '단순 재미'로 보는게 좋다는 게 전문가의 입장,
서 교수는 "MBTI의 인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하고 있지만 (MBTI에 대한) 학계의 시선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MBTI 검사를 개발한 본사 역시 MBTI로 성격을 '분석'하는 것은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며 "검사가 인간의 행동 양식에 대한 예측력이나 설명력을 갖지는 못한다. 특히 현재 유행 중인 MBTI 분석의 신뢰도는 흔히 아는 '혈액형별 성격' 정도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김세은 (callmes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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