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신뢰와 공감" SK 최태원, ESG로 꽉 채운 새해 첫 달
최태원, 최정우 만나 봉사활동…ESG 경영 관련 논의 전망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기업이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신축년 신년사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 수행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실현을 위한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1월 마지막 공식 일정을 봉사활동으로 매듭 지었다. 전날(2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최정우 회장과 함께 봉사활동을 진행한 것.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의 만남은 최태원 회장이 2019년 12월 포스코 행사에 참석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두 기업 총수가 봉사활동을 매개로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동안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며 교류해왔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투명 경영을 뜻하는 ESG 경영 선도자들 간 만남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두 사람은 ESG 경영 강화를 위해선 연대와 협력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봉사활동에서도 ESG 경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최태원 회장의 분주한 'ESG 행보'만큼이나 ESG 경영을 내재화하려는 SK 주요 계열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그룹 전반으로 강하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불과 한 달 정도 지났지만, 비재무적 영역에 대한 SK의 관심이 더욱더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SK그룹은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과 매출 급감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영세 음식점을 함께 지원하는 '한끼 나눔 온택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SK 주요 사업장 주변 무료 급식소가 운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시작했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안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최태원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올해 첫 투자처로 미국 플러그파워사를 선택한 것도 ESG 경영과 관련이 크다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SK㈜와 SK E&S는 지난 7일 플러그파워사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ESG 투자 핵심 영역이자 차세대 꿈의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건다고 발표했다. 투자 금액은 1조6000억 원 규모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한발 앞서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ESG 경영 선도 기업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 가치 실현을 위한 계열사별 행보 역시 활발하다. SK텔레콤이 전담조직을 꾸려 ICT 역량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환경, 동반성장, 사회 안전망, 다양성·포용성 기반 기업문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추진 계획을 담은 'SV 2030 로드맵'을 이달 초 공개한 데 이어 ESG 경영 가속화 차원에서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0억 달러(약 1조1190억 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성장 전략 '그린밸런스 2030'의 일환으로 'K그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목표로 미국 열분해유 전문 생산 업체인 브라이트마크사와 협력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국내 최대 민간 사회적 가치 플랫폼 소셜밸류커넥트(SOVAC, Social Value Connect)도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과 택배가 늘면서 국내 폐플라스틱 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새해 행사 첫 주제를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생태계'로 정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SK그룹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올해 SOVAC을 '토론과 협력의 플랫폼'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SK가 야구단을 매각한 소식을 놓고도 ESG 경영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ESG와 사회적 가치에 더 부합하려면 인기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기보단 비인기 스포츠 종목 지원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매각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SK와이번스를 신세계로 넘긴 SK텔레콤은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 태스크포스(TF) 발족 준비에 나선 상태다.
올해 SK그룹의 ESG 역량 강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환경사업위원회도 신설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 관련 아젠다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SK그룹은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SK그룹의 경영 전략으로, ESG 경영이 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하는 수단이자 실현 방안인 셈이다.
조대식 의장은 최근 진행한 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경영 환경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른 실행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하고 실행해 성과를 계속 쌓아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SG 경영에 대해선 "신용평가사 등이 제시하는 지표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목표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겨우 시작점에 선 것"이라며 "많은 이해관계자가 ESG 경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장으로부터 우리 노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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