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희망의 빛을 바라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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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다면 빛은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어맨다 고먼이 낭송한 축시의 한 구절이다.
내가 남의 나라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시 구절을 떠올린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만은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더 중요한 것은 카라바조가 신의 존재와 희망의 빛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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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빛은 무얼까? 우린 그 빛을 보려 하고 찾으려 하고 있나? 빛은 현실의 갈등과 고통을 넘어서게 하는 희망이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밝히는 나침반이거나 이정표일 수 있다. 이런 은유적인 빛의 묘사로 화려한 겉치레를 넘어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희망을 노래한 화가가 바로크미술의 대가인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였다.
카라바조는 불균형적인 구도를 적절히 사용하고,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서 화면 전체에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추한 대상이든 아름다운 대상이든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묘사한다는 자연주의적 방식을 고수했고, 성서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처럼 묘사해서 친밀감을 주기도 했다.
‘성 마태의 소명’에서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세금관리 마태가 무장한 병사들과 함께 로마의 평범한 한 주점에 앉아 열심히 돈을 세고 있다. 그리스도가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의 소명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스도 위로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이해타산에 찌든 이들의 얼굴에 빛을 비추고 있다. 현실 속의 고통과 갈등 위로 향하도록 이끄는 미래의 빛의 암시처럼 보인다. 카라바조는 밝음을 나타내는 부분과 어둠을 나타내는 부분의 대비를 맨발의 가난한 사람들과 화려한 의상의 마태 무리의 대비와 연관지어 미래의 희망과 믿음의 중요성도 암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카라바조가 신의 존재와 희망의 빛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신앙이란 화려한 의식이나 형식적인 절차보다 개인의 성실한 내적 실천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치고 힘들지만 희망의 빛을 바라볼 용기가 필요한 아침이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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