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부산 부시장들 보선 출마 유감

오성택 2021. 1. 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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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 중 하나인 '맹자' 양혜왕편에 '출호이자(出乎爾者) 반호이자(反乎爾者)'라는 구절이 나온다.

최근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경제부시장이 잇따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을 사퇴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여야의 두 예비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각각 "부산시정의 키를 초보 운전자에게 맡길 수 없다"(변 예비후보), "망가진 부산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박 예비후보)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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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 중 하나인 ‘맹자’ 양혜왕편에 ‘출호이자(出乎爾者) 반호이자(反乎爾者)’라는 구절이 나온다. ‘네가 뿌린 일은 네게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군주가 선정을 베풀면 백성들로부터 충성을 돌려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최근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경제부시장이 잇따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을 사퇴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오성택 사회2부 기자
지난해 4월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자진 사퇴한 직후 부산시정을 이끌어 온 변성완 권한대행이 며칠 전 사퇴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것으로, 사퇴 직후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다. 민주당에선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라서 당내 경선은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앞서 오 전 시장 체제에서 경제부시장을 역임하며 변 권한대행과 ‘투톱’을 형성했던 박성훈 전 부시장도 지난 5일 보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박 전 부시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두 사람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내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다면, 오 전 시장 사퇴 이후 부산시정을 이끌던 ‘어제의 동지’가 한순간 ‘적’으로 바뀌는 셈이 된다.

문제는 두 예비후보가 오 전 시장 체제에서 부산시의 2, 3인자 역할을 맡았던 고위 공직자라는 점이다. 전임 시장의 성추문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시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오 전 시장 때 부시장을 지낸 입장에서 출마선언 전후 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는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공직을 사퇴하면서 장밋빛 비전은 내놨으나, 시민을 향한 사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변 전 권한대행은 9개월 동안 부산시정을 이끌면서 지울 수 없는 과오를 남겼다. 지난해 7월 갑작스러운 폭우로 동구 초량1지하차도가 침수됐을 때 변 전 권한대행은 상황을 보고받고도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로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변 전 권한대행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아직까지 기소하지 않고 있다.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은 아직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가족을 잃었는데도 책임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언제 기소가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당시 부산시정을 책임졌던 변 전 권한대행이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에 유족들은 억울함과 답답함에 가슴만 치고 있다.

여야의 두 예비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각각 “부산시정의 키를 초보 운전자에게 맡길 수 없다”(변 예비후보), “망가진 부산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박 예비후보)고 공언했다. 참담한 지하차도 참사와 고사 직전의 부산경제를 목도한 시민들은 두 전직 부시장들의 이 같은 ‘유체이탈 화법’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지지와 동참을 구하는 두 후보에게 ‘출호이자 반호이자’ 문구를 들려주고 싶은 이유다.

오성택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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