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는 성공적인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을까
‘추’가 떠나고 ‘범’이 내려왔다. 박상기, 조국, 추미애 장관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네번째 법무부 장관. 박범계 신임 장관의 임기가 28일 0시부터 시작됐다. 새 시작은 궁금증을 동반한다. 신임 장관과 검찰총장의 ‘케미’는 어떨까? 법무-검찰 갈등은 해소될까?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까? 지금 서초동엔 박범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불편한 동거, 현 정권의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의 미래에 대한 온갖 관측이 오간다.
법무장관-검찰총장 갈등 계속될까?
지난 1년간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학살 인사’로까지 불린 검찰 인사와 잦은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가 청구되는 등 전례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추 장관이 때릴수록 윤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급등하는 기형적인 현상도 발생했다.
법조인들은 “박 장관 취임을 기점으로 갈등이 조금씩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맞붙었을 때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정권 지지율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을 위해 검찰의 협조가 중요한 만큼 박 장관은 검찰개혁 과제 완수를 위해서라도 검찰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관계 개선을 위한 첫 단추를 설 연휴 전후로 예정된 검찰 간부 인사로 본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지난해 같은 인사는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추미애 라인을 대표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지방으로 좌천된 검사들의 인사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법무-검찰 갈등이 불붙을 지점들도 존재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모두 시행 초기에는 실무적인 문제로 혼란이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만 봐도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갑자기 공수처로 이첩하라고 (법무부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수사 방해라며 반발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계속될 경우 정치권의 반발로 인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 계속될까?
지난해 말 법원이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윤 총장의 임기가 사실상 보장된 이상 이 기조는 유지될 것 같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 총장은 재판 과정에서도 징계로 인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관계 주요 인사 등 살아 있는 권력 비리에 대한 정당한 수사는 당연히 해야 하고, 어떤 방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잘못을 수사하는 게 검찰개혁의 본질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수많은 민생 사건들을 뒤로하고 김학의 출금 사건에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는 ‘수사 쇼’는 검찰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완성될 수 있을까?
법조인들은 박 장관이 실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잘 중재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공수처와 검찰 간 사건 이첩 문제에 대한 지적, 공수처가 기소하지 않은 사건을 검찰 등이 견제하는 장치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였던 김갑배 변호사는 “공수처와 검찰 간 사건 이첩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피의자 중복 수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이첩 시점이라든지 어떤 절차에 의해 이첩을 할 것인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을 공수처가 뺏어오는 형태가 아니라 검찰 쪽에서 협조하는 절차로 사건을 이첩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게 더 적절할 경우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실무 절차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한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송치한 경우 검찰이 이를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공수처가 불기소한 경우 고소인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 것 외에는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견제할 장치가 없어 자칫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옥기원 법조팀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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