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얼마나 급했으면.. 앙숙 인도에 "백신 좀"

임규민 기자 2021. 1. 2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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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이 코로나 백신을 얻으려고 오랜 ‘견원지간’인 인도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고 인도 현지 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가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경을 마주한 두 나라는 과거 3차례 전쟁까지 치렀던 사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 정부는 백신 확보를 위해 인도 제약사들과 잇따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BBC도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행정부가 직접 나서 인도의 제약사들에 백신 공급 관련 문의를 했고, 양측 민간 업자들끼리도 백신 공급 관련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이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은 중국 제약사 시노팜 백신 170만회분으로 2차 접종 기준으로 전체 인구(2억2000만명)의 0.4%만 맞을 수 있다. 파키스탄에선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2차 확산세가 올해까지 지속되며 하루 평균 2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두 나라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각각 이슬람교와 힌두교가 다수인 파키스탄과 인도는 카슈미르 영유권을 놓고 1940년대와 1960년대 전쟁을 벌였다. 1971년엔 인도가 파키스탄 자치령인 동파키스탄(방글라데시)의 독립 운동을 지원하면서 3차 전쟁이 터졌다. 2019년 카슈미르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인도가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4차 전쟁 직전까지 갔다.

당초 파키스탄은 국제 백신 개발·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백신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배정 물량이 인구의 20%에 불과하자 중국 등 제3국으로 눈을 돌렸다.

인도는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 최대 백신 제조국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인도의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세룸인스티튜트에 10억회분의 생산을 맡겼고, 또 다른 제약사인 헤테로 바이오파마 등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 3억회분 생산을 맡았다. 인도는 이런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부탄·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와 바레인 등 중동 국가에 220만회분 이상의 백신을 무료 지원하기도 했다.

양국은 공식적으론 백신 공급 논의가 오가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도에 백신 공급을 문의하고 싶지도, 인도가 백신을 줄 것 같지도 않다”고 밝혔다. 인도 외무부는 “파키스탄의 백신 요청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양국이 그간 의약품 교역은 활발히 해온 만큼 백신 외교가 양국 갈등을 푸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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